[환갑맞은 서울예고]이대봉 이사장, “내 아들 갔지만…모두 세계적 예술가 만들 것”
						입력 2013-05-11 04:03   수정 2013-05-11 18:10
					
				“제게는 그 무엇보다 의미가 깊은 학교입니다. 서울예고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을 내 아들, 딸처럼 여기며 그들의 예술적 재능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이대봉(72·사진) 서울예고 이사장에게 이 학교는 분노와 애정이 교차하는 묘한 존재다. 그의 막내 아들이 25년 전 이 학교를 다니다 학교폭력에 희생돼 숨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1987년 11월 26일, 서울예고 성악과 2학년 학생 이대웅군이 학교 야산에서 상급생에게 맞아 세상을 떠났다. 이 회장은 “미국 뉴욕 출장 중이었는데,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서 학교를 때려 부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지난 9일 서울 남영동 참빛그룹 회장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 이사장은 그러나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를 승화시키고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할 방법을 모색했다. 사고 이듬해인 1988년 4월 그는 아들의 이름을 딴 ‘이대웅 음악장학회’를 설립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서울예고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대웅 콩쿠르’로 불리는 성악 콩쿠르도 열어 입상한 학생들에게 해외 유학 비용도 대 줬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서예리와 테너 정호윤도 이대웅 콩쿠르 입상자 출신이다. 매년 300여명의 학생들이 이대웅 장학회의 도움을 받아 예술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서울예고는 부자들의 학교가 아니다. 어렵고 가난하더라도 재능이 있으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서울예고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2010년 7월 재정난과 횡령 사건 등으로 존폐위기에 몰렸던 서울예고를 인수했다. 이 이사장은 “일단 학교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170억원 규모의 빌딩을 재단에 기증했고, 현금 350억원을 출연해 서울예고의 부채를 탕감하고 재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아들이 사랑했던 학교가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이어 재단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공사가 중단돼 뼈대만 남아있던 미술 실기동을 준공했고, 학급당 인원도 48명에서 36명으로 줄였다. 그는 “이제 서울예고 학생들을 세계적인 예술가로 키우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