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식품 문제없나] 식품매장 돌아보니… 매장 눈씻고 찾아봐도 GMO 표시 하나도 없어
입력 2013-05-10 17:21
“GMO를 썼으면 표시가 돼 있겠죠.”
8일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식용유의 GMO 원료 포함 여부를 직원에게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마트에 방문하기 전 일부 식품기업에 확인한 결과 식용유·옥수수유를 포함해 물엿, 된장, 고추장 등에도 GMO 원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원료로 만든 제품의 성분 표시 항목 어디에도 ‘유전자재조합’이나 ‘유전자재조합 ○○ 포함 가능성 있음’ 등의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대형마트 직원은 오히려 “GMO 원료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릴 경우 판매량이 뚝 떨어질 것”이라며 “대량생산 제품에 누가 GMO 콩 대신 비싼 일반 콩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기업은 허위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었다. 수입산 대두(콩)·옥수수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식품회사 제품이 진열된 곳에선 ‘100% 국내산’ 등의 문구가 광고 모니터를 통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GMO 표시 기준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순히 GMO 원료가 포함되면 표시가 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GMO 원료가 사용된 한 식용유를 구입한 주부 송미옥(49)씨는 “언론을 통해 GMO에 대해 듣긴 했는데, 내가 먹는 제품에는 표시가 안 돼 있어 당연히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GMO 원료 사용 실태를 설명하자 송씨는 “들어 있으면 ‘들어 있다’고 표시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식용유 대신 GMO 농산물이 들어 있지 않은 ‘올리브유’를 골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요즘 식용유나 옥수수유를 사는 주부들은 거의 없다”며 “올리브유나 웰빙유 등 고급유를 선호하는데 비교적 저렴한 식용유나 옥수수유가 GMO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 찾는 소비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자·두부 등 다른 가공식품에서도 GMO 표시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옥수수 0.8%, 대두 6.4%에 불과해 많은 양의 옥수수와 대두가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과자의 경우 이 두 원료가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 가공식품이지만 성분 표시에는 옥수수나 대두의 원산지조차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았다.
수입산 대두로 만드는 두유도 GMO 대두와 관련이 없는 호주산을 제외하고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도록 ‘수입산’이라고만 표시돼 있었다. 특히 아기들이 먹는 두유 제품조차 마찬가지였다. 6개월부터 첫돌까지의 아기들이 먹도록 만든 한 두유 제품도 미국산 대두를 사용하고 있지만 성분 표시만으로는 GMO 원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