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5명 질식사고] "인재에 늑장보고까지 안전불감증" 비판여론 비등

입력 2013-05-10 17:00


[쿠키 사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10일 보수공사를 하던 근로자 5명이 아르곤 가스 누출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사실이 4시간 뒤에야 관할 노동지청에 늑장보고 되는 등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의식 결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엄정 처벌과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C지구 제강공장 안 전로(轉爐)에서 오전 1시45분 보수작업을 하던 남모(25)씨 등 5명이 질식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0여분 뒤 모두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전로는 제철소 제강공장 내 시설로 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공장 내 철로시설을 통해 운반한 뒤 불순물 제거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숨진 근로자들은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으로 지름 8m, 높이 12.5m의 전로 안에서 내화벽돌 설치공사를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불순물 제거에 사용되는 아르곤 가스가 누출돼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곤 가스는 무색무취로 그 자체로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산소 결핍을 부를 수 있다. 정남희 당진서 수사과장은 “산소 결핍의 원인이 아르곤 가스인지, 질소인지는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아르곤 가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이날 새벽 1시쯤부터 전로의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며 청소작업을 벌이고 있었으며, 7m쯤 내려갔을 때 산소결핍으로 순식간에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가스 누출 등에 대비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 수사과장은 “근로자 5명 중 1명이 가스누출 때 신호음이 울리는 장치를 착용하고 들어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술이지만 현장에서 이런 장치는 수거하지 못했다”며 “밸브 이상 등 기계적 결함 여부와 인위적 조작 여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내화 측은 사고발생 4시간이 지난 오전 6시37분 사고사실을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에 알려 늑장 보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사망자 1명 이상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자마자 담당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곧바로 상황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 천안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정식보고가 들어오기 전 자체 전달망을 통해 상황을 인지하고 해당 업체에 되레 전화를 걸어 사망자 발생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도 “119 통보로 오전 3시 44분 사건 발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진제철소는 지난해 9월 이후 6명이 사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유족들은 “이번 사고도 안전조치 소홀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하청업체뿐 아니라 원청업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현대제철에 관리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당진=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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