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뿌리 깊은 나무’ 댈러스 윌라드를 추모하며
입력 2013-05-10 17:53
댈러스 윌라드 박사의 부음 소식을 접하며 그와 함께한 추억의 시간들이 빠른 필름처럼 머리를 스친다. 윌라드 박사는 자신을 개인적으로 면대하여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그것은 피상적으로 포장된 엔터테이너의 홍보성 인상이 아닌 깊은 인격적인 울림과 함께 건네주는 맑은 샘물의 추억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는 인물의 크기에 따른 적지 않은 수식어들이 따라 다녔다. ‘금세기 불출의 기독교 철학자요 변증가, 사상가요 작가, 제자훈련가요 영성훈련가, 목회자들의 멘토’ 등등. 그러나 그는 아마 이런 거추장스런 칭호보다 다정한 친구라고 불리기를 더 좋아할 것 같다.
그의 지도력 아래서 미국에서는 수많은 기독교 변증학자군이 일어나 기독교 신앙을 변호했다. ‘하나님의 모략’과 ‘마음의 혁신’을 위시한 그의 저서들 중 어떤 것들은 기독교 영성의 역사 가운데 오고 오는 세월에 계속해서 회자될 것이다. 철학자요 변증가인 윌라드 박사는 참으로 깊고 넓은 비중을 가진 영성 작가로도 자리매김을 하게 될 것 같다.
탁월한 기독교 저자요 설교가인 존 오트버그는 윌라드 박사를 ‘우리 시대 그 누구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제자도를 하나님 나라의 빛으로 설명해준 불세출의 거목’이라고 증언한다. 그러나 내게 남긴 가장 강한 인상은 경기도 가평의 필그림하우스를 산책하며 끊임없이 말씀을 암송하던 모습이다. 그는 성경의 여러 책들을 통째로 암송하기를 즐겨했고 그래서 비행기 타는 시간도 그에게는 지루할 여지가 없었다는 대답을 잊기 어렵다.
그의 집회 시 ‘영성’이란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극단적 근본주의자 몇 사람이 “회개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말은 다 틀린 것이 아니며 그들의 말을 우리는 경청해야 한다”면서 “내게는 아직도 회개할 일이 많다”고 반응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필그림하우스를 방문하여 ‘하나님의 음성듣기’에 대해 들려준 강의는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먼 하나님의 음성듣기에 합당한 제자로서의 인격 만들기에 집중된 것이었다. “교리는 중요한 것이지만 제자의 삶을 상실한 오늘의 기독교는 세상을 향해 들려줄 메시지를 상실하고 있다”는 그의 경고는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시대의 경종이었다.
나는 윌라드 박사의 손을 잡고 그의 온화한 얼굴을 보며 그의 가르침의 자리에 앉아 몇 번씩 ‘아마 예수님의 표정이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이제 거목이 자리 잡던 그 사색의 공간을 누가 메울지 근심이 된다. 그러나 그가 조용히 영향을 끼쳐온 이 시대 수많은 작은 예수의 제자들에 의해 “여전히 복음의 그늘만이 우리의 안식”이라는 고백이 나오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그의 영향으로 복음주의권의 신학교들에서 시작된 ‘영성형성(Spiritual Formation)운동’이 보다 뿌리를 깊이 내리기를 기도해 본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생큐(Thank you)’였다고 전해진 날, 그의 영향을 받은 우리도 그에게 ‘생큐(Thank you)’를 전달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사모해온 주의 완전한 임재 안에서 이제 편히 쉬시기를 기도한다. 댈러스, 안녕!
<주후 2013년 윌라드 박사의 부음을 들은 다음 날에>
이동원 목사(지구촌 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