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댐 소방헬기 추락사고… 안전 부주의에 대응 허점까지

입력 2013-05-09 22:00

[쿠키 사회] 경북 안동 임하댐에서 9일 발생한 소방헬기 추락사고는 안전 부주의뿐만 아니라 구조작업과 사고 대응 등에서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경북소방본부, 경찰,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 안동시 임하면 오대리 임하댐에 이날 오전 9시38분 산불을 끄고 되돌아가던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안동산림항공관리소 소속 헬기 1대가 추락했다.

헬기에는 박동희(57) 기장, 진용기(47) 부기장, 황영용(42) 정비검사관 등 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황 검사관은 탈출해 수십 m를 헤엄쳐 나왔고, 인근을 지나던 수운관리사업소 직원에 의해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헬기는 전날 오후 11시45분 경북 영덕 국유림에서 일어난 산불을 진화하고 안동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고 산림항공관리소 측은 밝혔다.

황 검사관은 경찰에서 “임하댐 5∼10m 상공에서 헬기 물탱크 청소를 하던 중 갑자기 추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소방본부 등은 임하댐 일대에 헬기, 구조용 보트, 제트스키 등 장비와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했고 수심 30여m 지점에서 헬기 동체만을 발견한 상태다. 물 탁도가 높고 기체가 무거워 실종자 수색과 헬기 인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더구나 사고 헬기가 오전 9시38분 교신이 끊겼지만 119구조를 요청한 것은 이보다 1시간가량 지난 10시35분이었던 이유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임하댐 상공에서 물탱크 세척을 하던 사고 헬기가 항공본부 측과 교신이 두절된 것은 오전 9시25분이었다. 산림청은 13분 뒤인 9시38분 무선교신을 다시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자 9시46분 인근에 있던 다른 618호 헬기에 임하댐 현장으로 가보라고 지시했다. 이 618호 헬기는 오전 10시12분 임하댐 상공에 도착해 사고 현장에 뜬 부유물 등을 발견했다.

그러나 618호 헬기는 연료가 모자라 다시 인근에 있던 609호 헬기에 연락, 현장을 다시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한 뒤 철수했다.

결국 사고 현장을 최종 확인한 산림당국이 119구조대에 신고한 것은 사고헬기와 연락이 끊긴 지 1시간 10분이 지난 뒤였다. 어처구니없는 초동 대처가 사고를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사고 헬기는 미국 에릭슨에어크레인사에서 생산한 S-64E 초대형 다목적 헬기로 2007년 도입했다. 인양 능력 9000㎏, 물탱크 용량 8000ℓ의 초대형인데다가 수심이 깊은 곳에 빠져 인양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사고 헬기에서 항공유가 나옴에 따라 사고 지점 주변에 대형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유류 흡착제를 이용해 제거하고 있다. 또 포항지역으로 공급하는 영천도수로 취수와 발전 방류를 중단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질 오염 우려 때문에 임하댐 방류를 중단했으나 영천댐 물을 이용하는 포항철강공단 공업용수와 포항·경주 생활용수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임하댐은 1992년 준공한 다목적 사력 댐으로 높이 73m, 길이 515m이고 총 저수량은 5억9500만㎥에 이른다.

산림청 소속 헬기 추락사고가 2000년 이후 거의 해마다 일어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산림청 헬기 추락은 9일 오전 경북 안동 임하댐에서 발생한 사고를 포함해 모두 11건이고,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림청은 사고 현장 인근에 사고수습대책본부(본부장 김용하 차장)를 설치하고 현장에 직원 10여명을 급파하는 등 사고수습에 나섰다.

추락한 산림청 소속 헬기(S-64E)는 2007년 도입 당시 때부터 큰 논란을 불렀다. 2002년 1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4대가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한편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된 영주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 박근배(42) 소방장이 수중 수색작업 도중 숨졌다. 박 소방장은 오전 11시30분쯤 수색작업에 투입됐으나 7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6시20분쯤 소방본부와 연락이 끊겼다. 이후 박 소방장 시신은 40여분 뒤인 오후 7시4분 임하댐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날이 어두워지는 시점에 무전이 되지 않았다”며 “곧이어 ‘실종된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안동=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