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계파정치 청산될까
입력 2013-05-09 18:46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최근 경쟁적으로 ‘계파 청산’을 부르짖고 있다. 친박(親朴·친박근혜)-비박(非朴), 친노(親盧·친노무현)-비노(非盧)의 구분을 없애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차기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친박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고 계파도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친박 좌장→탈박(탈 박근혜계)→복박(친박 복귀)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누구보다 계파 정치의 쓴맛을 본 사람이다. 원내대표 경선은 ‘신박’(신 친박계) 이주영 의원과 ‘원박’(원조 친박) 최경환 의원의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이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국회와 새누리당에 계파 정치를 넘어서라고 냉엄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고, 최 의원도 “당내 계파와 지역을 아우르는 강한 원내 지도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계파 청산에 나설 태세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4일 전당대회 수락연설에서 “계파도 세력도 없는 제가 당대표로 선택된 것 자체가 계파정치를 청산하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신경민 최고위원도 “민주당 위기의 근원은 계파”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정치 지형에도 불구하고 패했던 것은 친노의 패권주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 비노 의원들 역시 친노 지지를 받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선거 지원을 외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새누리당은 친박과 친이를 아우르는 대선 캠프를 꾸려 당력을 집중했고 결국 승리했다.
과거 계파정치의 대표적인 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서슬 퍼런 탄압에 맞서기 위해 계파로 뭉쳐야 했고, 계파 보스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 정상적인 정치활동이 어려웠던 시절에 계파 정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양김 시대가 지나면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던 계파 정치는 이후에도 친노, 친이(親李·친이명박), 친박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친이계와 친박계가 계파 수장의 당선을 위해 사활을 걸고 싸웠다. 역설적이지만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꺼져 가던 친노세력이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계파 정치 청산은 백번 옳은 일이다. 계파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계파 보스(boss)를 바라보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또 당내 화합을 저해하고 ‘끼리끼리’ 문화를 조장해 국민의 불신을 야기한다. 하지만 계파정치 청산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정치인들의 자기 희생과 기득권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 아울러 당직 인선이나 선거 공천에서 계파를 초월해 능력 있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을 등용할 수 있어야 한다. 능력이나 여론에 관계없이 자기 사람을 쓰던 관행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권은 친박계가 당과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친박계가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도 당권을 빼앗긴 친노 세력들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계파를 초월한 탕평인사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계파정치 청산 주장이 여야 지도부 개편 과정에서 나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파 청산이 진정성 없이 정치적 수사로 끝난다면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정치권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