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 60주년, 감사와 책임
입력 2013-05-09 18:47
국제사회에 책임 다하고 실효성 있는 평화의 길 모색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기간인 9일 워싱턴DC에서는 6·25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정전 60주년기념사업위원회와 우리민족교류협회, 국민일보 등이 주관한 ‘세계평화페스티벌 아리랑’이다.
행사에서는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6·25 참전용사와 가족 2000여명에게 보은 메달을 걸어줬고, 60년 동안 괄목한 성장을 이룬 한국을 보여주는 기념공연도 개최됐다. 이 메달은 비무장지대에서 수거한 폐철조망을 녹여 제작한 것으로 참전용사들을 향한 감사와 존경과 더불어 분단을 넘어 남북 협력과 통일의 시대를 열자는 의지를 담았다.
지난 60년 사이 남한은 폐허를 딛고 일어섰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의 신화를 쓰며,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무역규모 세계 8위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근린들의 유·무상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했다. 오랜 군사독재의 터널을 지나 민주화도 달성했다.
기념사업위 이강두 위원장이 “미국을 위시한 참전 21개국의 희생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개회사에서 밝혔듯 정전 60주년을 되돌아보는 우리의 첫 번째 소회는 감사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과 지원이 있었기에 회생의 터전을 지킬 수 있었다. 정전과 함께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은 중심적 역할을 했다.
따라서 오는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두 번째 세계평화페스티벌이나 정전기념일에 예정된 비무장지대에서의 참전국 초청 행사 등이 감사의 정을 듬뿍 담은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럽과 아프리카 등 참전국 순방 때도 참전용사들이 스스로를 던져 지켰던 우방의 성장에 자부심을 느끼고 한국의 친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커진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보은의 종착점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60년의 경제발전을 이어가야 한다. 최근 들어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문화를 가꾸는 것은 인류에 공헌하는 또다른 길이 될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으로 포성이 멎었지만 남북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인명피해가 따르는 국지도발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전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곳은 지구상에서 한반도가 유일하다. 이 땅에 지속적인 평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는 정전 60년을 되짚어 보는 핵심 과제다.
김영삼 정부 이후 우리는 북한을 향한 원칙적 대응과 포용정책을 각각 10년씩 경험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끌어내지 못했고, 핵 무장 노력을 포기시키지도 못했다. 이제 이런 경험을 토대로 보다 실효성 있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주변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한·미 동맹을 더 발전시켜 나가되, 북한에 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외교적 소통 강화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