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금리인하 계기로 재계 투자 더욱 늘려야
입력 2013-05-09 18:46
세계 경제의 침체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국면에 처했다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경제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엇박자를 내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시장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재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완화에 착수한 반면 한은은 정부와 시각을 달리하며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까지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5% 포인트 내린 것만도 무척 큰 폭”이라며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듯했다.
이런 점에서 한은이 9일 김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 연 2.50%로 결정한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김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정부와 국회의 경기회복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호주 등 여러 나라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제시한 이유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수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반응을 보였고, 세계 각국도 금리 인하 대열에 속속 동참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김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 고수라는 낡은 프레임에만 갇혀 정책 공조라는 국가적 프레임과는 거리를 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또 정확하고 시의적절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줘야 할 통화당국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추경안의 국회 통과와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성장률이 당초 기대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성장률을 0.2% 포인트, 추경 효과가 1년 사이에 성장률을 0.3∼0.4% 포인트 각각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추경과 금리 인하가 맞물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물가·금융 당국은 금리 인하로 인한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와 한은의 경기회복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이제는 재계가 화답할 차례다. 때마침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기업인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투자와 일자리 확대 등을 주문했고, 기업인들이 적극 호응했다. 정부는 투자의 걸림돌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재계는 천문학적 규모의 유보금을 쌓아 놓지 말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