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참사 후폭풍… “노동착취 옷 안산다” 소비자 반란
입력 2013-05-09 18:36
9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참사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식품산업을 뒤흔든 혁명이 의류업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커피나 유기농 과일 등 먹거리를 두고 원산지의 노동환경이나 친환경 이슈 등을 고려해 소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것이 티셔츠나 스커트 시장에까지 퍼진 것이다. NYT에 따르면 소비자뿐 아니라 소매상들도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정보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온라인 의류업체 ‘에버레인’은 지난주부터 상품 제조공장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표기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월마트와 나이키는 생산 지역의 노동 및 사회적 조건·환경 등을 평가해 공개하기 위한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그 같은 지수를 개발한 회사에서조차도 제조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기업 내부 정보로만 활용했다. 대형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은 제품에 인도적인 근무 환경에서 생산됐음을 알리는 문구를 써넣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찌감치 제조지와 원재 생산지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해 온 온라인 의류사이트 ‘어니스트바이’는 방글라데시 참사 이후 고객이 늘어난 경우다. 브루노 피터스 대표는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윤리적이지 않은 가격으로 돈을 지불하면 그들(개발도상국 제조업체)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들어 부쩍 커진 ‘착한 소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공동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노동착취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지 않기 위해 기꺼이 가격 인상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애틀에 사는 로리 랭턴(62)씨는 “소비자들은 상품이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 즉각 알 수 있어야 한다”며 “만약 인도적인 환경에서 생산된 게 아니라면 그 상품을 멀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의류공장 건물이 붕괴돼 지금까지 희생자가 900명이 넘었다. 공장 붕괴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이행하지 않은 채 건축된 데 따른 ‘인재’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공장에는 근로자 4000여명이 일하고 있었으며, 이들 대다수가 장시간 근무와 낮은 급여에 시달리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공장에서 생산된 옷들은 대개 선진국 유통업체에 납품하기 위한 것이었다.
NYT는 개발도상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로 ‘자라’ ‘H&M’ ‘유니클로’ 등 빠르게 소모되는 ‘패스트패션’을 선보이는 중저가 브랜드들의 판매 전략을 지적하기도 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