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갈지(之)자’ 행보가 도를 넘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던 아베 정권은 불과 하루 만에 적기지 선제공격론과 집단적 자위권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적기지 선제공격력 보유 주장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는 ‘억지력’ 효과를 강조하며 “자위대는 방패, 미군은 창으로 함께 작용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국 전함이 공격받을 때 돕지 못하면 양국 동맹이 위기에 빠질 것이란 논리도 폈다.
총리가 거듭 ‘교전 자격’에 대한 의욕을 천명하자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미군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군과 호주군을 방어하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등의 억지스런 분석까지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일본은 책임 있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과거를 확실히 인식하면서 심각한 반성 위에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전후(戰後) 일본의 발걸음과 역사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평가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정치·역사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일본의 태도에 주변국들도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아베가 ‘학문적 정의’를 운운하며 과거사를 외면한 데 대해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신화통신은 “국제적인 비난 속에 아베 내각이 신중을 기하려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침략을 부정하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포털 소후망은 시사논평을 통해 “1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하면 (평화의) 막이 오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 역시 아베의 행보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펴낸 ‘미·일 관계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일본 정권의 발언과 행동은 일본이 지역 내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다”고 지적하며 이런 갈등구조가 향후 미국의 국익에도 해가 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전범국가인 독일에서도 일본에 대한 호된 질책이 나왔다. 독일 역사학계의 석학인 한스 울리히 벨러 빌레펠트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심각한 죄책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하며 “여전히 완고한 모습에 참을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벨러 교수는 이어 일본 사회가 학교에서부터 진정성이 담긴 교육과 토론을 통해 과거의 잘못과 마주해야 한다면서 독일의 과거사 청산 노력을 배우라고 촉구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아베 극우발언 ‘1보 전진, 2보 후퇴’
입력 2013-05-09 18:37 수정 2013-05-10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