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잊혀지는 한국전쟁, 미국인에 피의 가치 알려야”

입력 2013-05-09 18:37


‘보은메달’ 받은 월터 샤프 前 한미연합사령관

월터 L 샤프(Walter L Sharp·61)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8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전 60주년 기념 보은메달 증정은 매우 의미있고 특별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힐튼 알렉산드리아 호텔에서 본보 조민제 회장과 6·25 정전 60주년기념사업회 이강두 대표회장을 만나 비무장지대의 폐 철조망을 녹여 만든 ‘보은메달’을 증정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샤프 사령관의 아버지인 얼 샤프(Earl Sharp) 예비역 대령은 6·25 전쟁에 참전해 1952년 3월부터 1953년 4월까지 13개월간 보병 소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특히 “오는 7월 27일 한국전 참전 용사 8000∼1만여명이 참석하는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식이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라며 “기념식에서 보은메달 증정 행사를 공식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 회장으로부터 ‘보은메달이 비무장지대의 폐 철조망을 녹여 만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뒤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미국 국방부 산하 한국전 정전 60주년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인 데이비드 클라크 대령을 언급하며 미국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보은메달 행사를 협의하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그는 10월 24일(유엔의 날)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보은메달 행사 일정을 자세히 물은 뒤 “나도 초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관심을 표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증정식에 이어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에게 ‘너희들은 변해야 한다(You have to change)’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여러 나라들이 설득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북한은 지속적으로 나쁜 길을 걸어왔다(North Korea has continued to go down wrong path)”며 “북한은 군사력보다는 북한 주민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국민(People)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아주 강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로 나온다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또한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에서 왜 많은 미군들이 싸워야 했는지, 그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널리 알리는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6·25 전쟁이 미국 내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잊혀진 전쟁’으로 기억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그들(한국전 참전 용사)의 희생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진보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한국전쟁 이후 굳건해진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앞으로도 훌륭한 성과물들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쟁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한·미 동맹이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지론이다.

샤프 전 사령관은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인상이 어떠했는가라는 질문에 “strong and nice”라고 답한 뒤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타이트한 일정들을 소화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할 당시 다른 한미연합사령관 출신들과 동행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미국 육군 대장으로 2008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냈다. 그는 1996에도 존 틸럴리 한미연합사령관의 인사참모와 주한 미2사단 부사단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지한파로 통하는 샤프 전 사령관은 조 회장, 이 대표회장과 보은메달 증정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김치∼”라고 말했다.

워싱턴=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