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다시 꼬여버린 安 복지위 배정
입력 2013-05-09 18:30 수정 2013-05-09 22:13
여야 합의로 일단락됐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문제가 또 꼬였다. 이번에는 강창희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국회법상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는데 여야 원내대표가 상의도 없이 안 의원을 보건복지위로 보내고 언론에 알렸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의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만나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비교섭단체 의원의 상임위 배치는 절차상 의장이 해야 하는데 여야 원내대표끼리 합의해서 발표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48조 2항에는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않는 의원의 상임위원 선임은 의장이 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날 밤 안 의원이 제출한 ‘복지위 희망 신청서’에 대해서도 의사국 측은 “상임위 교체를 추인한 적이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24 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안 의원은 관례상 전임인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소속돼 있던 정무위로 가게 돼 있었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 때문에 안 의원이 보유한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여야가 물밑 협상을 진행해 지난 7일 우여곡절 끝에 안 의원 상임위가 복지위로 결정됐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복지위 자리를 안 의원에게 양보했다. 민주당은 “용단을 내렸다”고 브리핑도 했다.
하지만 강 의장이 호통을 치자 여야는 “네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 원내대표의 부탁을 들어서 동의를 해줬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강 의장에게 보고하겠다고 한 뒤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해 걱정 안했다”며 “강 의장이 결심도 안 했는데 보도되니까 기분 나쁜 것 아니겠느냐”고 맞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하지만 이미 여야가 합의한 일이고, 안 의원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강 의장이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안 의원 측은 “잘 해결될 것”이라면서도 당황해하는 눈치다. 강 의장이 끝까지 복지위 배정을 거부한다면 다시 정무위로 가야 할 판이다. 부랴부랴 의장실에 면담도 요청했으나 다음주쯤 회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상임위 배정 잡음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안 의원이 아직도 ‘정치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장과 상의했어야 할 문제인데 전화 한 통도 없었다. 경우가 아니다”면서도 “안 의원이 의장과 면담해 얘기를 잘 한다면 문제가 원만히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