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민주화 정보 수집 안간힘
입력 2013-05-09 18:25 수정 2013-05-09 22:29
재계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법안 관련 추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관(對官)업무를 강화하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60세 정년 의무화,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 연봉 공개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재계에 메가톤급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들 법안들은 재계가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으나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굵직굵직한 경제민주화 관련한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어 재계로선 아직도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명확한 증거 없이도 총수 일가가 관여·지시한 것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에 대기업들은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9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총수들도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에 따라 여의도 정보를 얻는 유형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정보 수집 유형은 그룹과 계열사가 함께 움직이는 경우다. 그룹의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 등이 본부 역할을 하며 고급 정보를 구하고 각 계열사들의 대관팀들은 자기 회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형태다. 그룹 본부와 계열사는 수시로 만나 획득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본부는 정보 수집을 하지 않고 계열사가 얻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만 하는 그룹도 있다.
반대로 계열사 대관팀에 경제민주화 관련 정보 수집 업무를 맡기지 않고 본부 조직이 전담하는 대기업도 있다. 특히 과거에는 국회나 정부 쪽에 대관팀을 운영하지 않았다가 최근에야 정보팀을 급히 만든 그룹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업체 A사는 최근 재난사고 전문가를 대관업무에 발탁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B사는 앞서 소송 전문의 변호사를 대관업무에 스카우트했다. 집단소송제의 국회 입법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 대기업 정보팀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입법 관련해서 정확한 정보를 빨리 얻어 오라는 회사 고위 관계자의 압박이 상당하다”면서 “그러나 사회 전반에 확산된 반기업 정서 때문에 눈에 띄게 활동할 수도 없어 정보 수집 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 주변에서는 대기업들의 막무가내식 정보 수집 행위에 대해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여당 관계자는 “가끔 찾아오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한 생산적인 논의보다 ‘우리 그룹만 빼 달라’라는 읍소로 일관해 어이없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여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이 ‘정보만 달라’고 오는 대기업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