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의회 영어연설 ‘6차례 기립 박수’ 이유있었네
입력 2013-05-09 18:20 수정 2013-05-09 22:38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6차례 기립박수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 실력이 새삼 화제다. 박 대통령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TV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35분 동안 영어로 연설을 한 모습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당초 박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을 할 것이란 소식을 청와대로부터 전해들은 미국 내 지한파(知韓派) 의원들은 “한국 대통령들이 과거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했을 때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극구 만류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영어 실력이 발음은 물론 억양까지 정확해 깜짝 놀랐다”며 “넘버원”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연설 초반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곧 안정감을 찾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미 의원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짓도 활용하는 등 한국어로 연설할 때와 유사하게 편안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서두 부분에서 배포된 연설문을 참고하던 의원들도 중반부터는 박 대통령을 시종 응시하면서 경청했다.
박 대통령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영애 시절 청와대에서 미국인 교사에게 영어를 배운 뒤 정치 입문 후에도 꾸준히 공부했다. 현지에 체류하면서 익힌 게 아니라 정식으로 공부를 한 만큼 구어보다는 문어적인 느낌이 강하고, 고급 표현도 많이 쓴다. 토론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으로 전해진다. 취임 이후 영어권 외빈과의 만남에서 통역 담당자에게 “제가 말씀드린 취지는 그게 아니고요”라며 정정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합동연설을 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미 의원들을 상대로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자신이 있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영어 외에도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를 할 수 있다”고 2007년 출간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등에서 밝혔다. 특히 중국어의 경우 “EBS 교재로 5년간 독학해 농담을 건넬 정도로 대화할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08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불어는 박 대통령이 대학 졸업 후 프랑스에 유학하면서 익힌 실력이고, 스페인어는 간단한 회화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박 대통령이 외국어 공부에 힘을 쏟게 된 데에는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육 여사는 박 대통령이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육 여사가 서거한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어머니 말씀을 상기하며 외국어 공부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워싱턴=신창호 기자,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