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저가수주 ‘부메랑’

입력 2013-05-09 18:22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 하락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2009∼2011년 수주한 대규모 중동 프로젝트 물량이 상당부분 올해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종의 올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수주 물량이 약 3년 후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가 수주 부담이 실적에 반영되는 정점은 올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9일 “저가로 수주했지만 현지 건설인력 부족으로 노무비가 오르는 등 추가 부담이 발생했고 이는 곧 손실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업체별로 차이는 있으나 저가 수주에 따른 실적 부담은 올해 최고조에 이르고 내년이 지나서야 해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중동지역 수주는 2010년 가장 규모가 컸다. 국내 건설사들이 2010년 중동에서 따낸 수주금액은 총 472억4991만 달러로 역대 중동 수주액 중 최대다. 중동시장 수주액이 그해 전체 해외 수주금액 715억7880만 달러의 66.0%에 달했다.

비중으로는 2009년 중동 쏠림이 극심했다. 2009년 중동 수주액은 357억4603만 달러로 그해 전체 수주액의 72.7% 수준이었다. 1990년 이후 중동 수주 비중이 가장 높았다. 2011년 중동 시장 수주액은 295억4074만 달러였으며 중동시장 수주 비중은 49.9%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 비중은 지난해 다시 56.8%로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침체하자 대형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해외로 진출했다. 중동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 업체끼리 출혈 경쟁을 벌여 수주 단가를 떨어뜨리는 현상이 지속됐다.

1분기 5000억원대 영업손실로 ‘어닝쇼크’를 경험한 GS건설의 경우 2009∼2010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에서 펼친 저가 수주 전략이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