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7개월 만에 0.25%P 인하… 韓銀, 양적완화로 U턴

입력 2013-05-09 18:42

꽁꽁 묶여있던 기준금리가 드디어 내려갔다. 한국은행이 2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가속도가 붙은 ‘글로벌 통화전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속셈도 깔려 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이 돈을 푸는데 우리만 금리를 붙잡고 있으면 급격한 환율 하락(통화 가치 상승), 수출 가격경쟁력 하락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 연 2.50%로 결정했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인하에 표를 던져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지난해 10월 연 3.0%에서 연 2.75%로 내린 이후 7개월 만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과 상황 차이는 추경과 유럽중앙은행(ECB) 금리”라고 밝혔다. 이어 “통화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는 터전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금리 인하는 추경을 가장 먼저 염두에 뒀다.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된 지 이틀 만이라는 시점이 이를 웅변한다.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제트엔진’을 달아준 것이다. 여기에다 판이 커지는 글로벌 통화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아베노믹스’로 촉발된 엔저에 맞서야만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한은은 금리 인하로 올해 성장률이 0.2% 포인트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전달되지 않고 금융회사 사이에서만 도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금리 인하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시장은 환호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3포인트 오른 1979.45로 장을 마쳤다. 시장금리인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김찬희 강준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