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의 눈물’에 무감각한 정치권
입력 2013-05-09 18:13 수정 2013-05-09 22:10
경제민주화 입법에 앞장서겠다는 정치권의 구호는 요란했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여야는 6인협의체에서 대선 공통 공약 중 경제민주화와 민생 공약의 입법을 우선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여 ‘갑(甲)의 횡포’에 고통 받는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다.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갑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은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돼 6월 국회로 넘어갔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보듯 본사와 대리점의 불평등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가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소상공인 사업자가 종사하는 가맹점과 대리점, 특약점 등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치권은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6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어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FIU법)에 대한 여야 이견에 발목이 잡혔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24시간 영업으로 얻는 이익보다 비용이 클 경우 야간 영업을 강요할 수 없게 하고, 가게 리모델링 시 비용을 본사와 가맹점주가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입법이 시급한 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역시 중소기업청과 감사원, 조달청이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고발을 요청하면 검찰이 바로 수사에 착수하게 돼 ‘을’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14일 ‘대기업과 영업점 간 불공정행위 근절방안 정책간담회’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주협의회 측 의견을 듣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임 소속 이종훈 의원실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리점 뿐 아니라 특판점도 (밀어내기) 피해 양태가 비슷하다”며 “공정거래법 개정과 (별도 법안) 제정 중 어떤 게 실효성이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도 이날 경제민주화 입법 점검 간담회에서 “가맹사업법으로는 안되니 다음주 법안을 내서 6월말까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본사의 밀어내기와 떡값요구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대리점거래 공정화 법률 제정안(가칭)’을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김재중 김현길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