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밀어내기 시인… 대리점주들 “집단 소송”

입력 2013-05-09 18:12 수정 2013-05-10 01:05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직원의 폭언과 물량 밀어내기 파문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 대리점주들은 “진정성이 없는 대국민 쇼”라며 집단소송을 준비키로 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9일 서울 중림동 브라운스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와 상생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가 지난 4일 영업직원의 ‘폭언 파일’을 처음 보도한 지 닷새 만이다. 김웅 대표이사와 곽주영 영업총괄본부장 등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김 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회사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환골탈태의 자세로 인성교육 시스템과 영업환경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업직원들의 밀어내기와 떡값 등 부당행위에 대해선 잘못을 시인했다. 김 대표는 “영업 현장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을 인정한다”면서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잘못된 관행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일부 영업직원이 대리점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홍원식 회장이 지난달부터 보유주식을 매각한 데 대해선 은행 채무를 갚기 위해 증권거래소를 통해 정식 매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연간 500억원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을 운영하고 밀어내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목표 수립 시스템과 반송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대리점 고충처리 기구를 운영하고 대리점주협의회에 대한 민·형사 소송을 취하해 화해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피해자 모임인 대리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 직후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과 피해 대리점주에게 사과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언 녹취록’의 피해 당사자인 대리점주도 검은색 안경에 모자를 눌러쓰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이런 대접을 받으며 일하다 공황장애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 편하게 영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대리점 보호 법률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처럼 판매조직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을 청원할 예정이다. 남양유업대리점주협의회는 피해보상 집단소송도 추진 중이다. 이날 모인 단체들은 “재벌·대기업의 가맹점, 대리점, 특약점, 편의점 등에서 슈퍼갑들의 횡포와 폭언, 강요와 불공정행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 한국시민사회연합회 등 150여개 시민·직능·자영업 단체도 남양유업이 형식적 사과만 고집할 경우 20일부터 600만명 자영업자가 동참하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김미나 서윤경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