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도경] 전시행정 우려 큰 교육장관 학교투어

입력 2013-05-09 18:12 수정 2013-05-09 22:19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10일 경남 창원의 신월고를 시작으로 ‘현문즉답’이라는 토크쇼를 연다. 전국을 순회하며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사교육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서 장관이 가려는 현장은 그늘진 곳을 애써 외면하는 곳들로만 채워져 있어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첫 방문지인 신월고는 사교육비 경감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학교로 굳이 장관이 ‘민폐’를 끼치며 찾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곳이다. 지난 8일 인천 작전중에서 있었던 서 장관의 일일교사 체험처럼 육안으로 현장을 보고 정책을 만들겠다면서 꾸며진 곳에서 덕담하다 기념사진 한장 찍고 온다면 ‘반쪽 현장’에 그칠 것이다(국민일보 9일자 9면 참조).

학교폭력 현장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학교폭력을 당해 만신창이로 병원에 누워 있는 피해자, 보복이 두려워 전학을 선택한 학부모, 학교폭력으로 퇴학당해 방황하는 청소년, 방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하는 양심 교사, 학교폭력을 덮으려다 징계당한 교장 등도 만나야 한다. 사교육 현장이라면 서울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를 권한다. 늦은 밤까지 사교육에 허덕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을 끝도 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동원돼 깨끗하게 정돈된 교정에서 교장·교감에게 ‘90도 허리인사’를 받고 모범생들과 그 학부모들이 미소로 반기는 그런 학교 현장에서는 ‘반쪽 해답’밖에 찾지 못할 것이다.

교육부 실무진의 접근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는 9일 학교폭력 대책에 반영한다며 ‘현장 릴레이 토크’를 개최했다. 첫 방문 학교는 인천 명현중으로 ‘힐링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을 줄인 곳이다. 예정 방문 학교 10여곳 등도 대부분 학교폭력에 잘 대처하고 있는 미담 사례다. 잘하는 곳을 분석해 널리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폭력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마주하기를 외면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현문즉답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측면에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필통톡’과 유사하다. 필통톡의 첫 현장이었던 경북 경산의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자살하면서 이 프로그램은 잘 꾸며진 ‘쇼’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통렬한 반성 없이 비슷한 토크쇼를 들고나온 안이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도경 정책기획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