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양적완화 정책 곳곳서 우려 목소리
입력 2013-05-09 18:01
일본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식지 않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경기 부양 효과가 일부 있을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능가하는 채무 위기의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은 경제 회복 효과를 내지 못하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이라손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해트먼 캐피털의 카일 바스 대표는 “일본 정부가 파산 상태에 있다”면서 “일본 양적완화의 끝이 결국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능가하는 충격을 일본에 가져다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벌써 초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최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에 폰지 사기를 더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헤지펀드 대표인 존 테일러는 블룸버그통신에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한 뒤 일본은행의 정책이 분명치 않다”면서 “일본 정부는 계속 돈을 빌려야 하고 그로 인해 일본 재정은 파탄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날 엔저(低) 효과로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이익이 1조3208억8800만엔(약 14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 회계연도 영업이익의 3.7배 규모다. 소니 역시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칼럼을 통해 엔저 덕택에 일본 기업 수익성이 속속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엔저 혜택이 큰 제조업의 경우 이미 생산 기지를 외국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수익 상승률이 곧 떨어질 수밖에 없고 엔저로 인한 원자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미 재무부 채권을 매달 850억 달러 규모로 매입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계속됐다. 로이터통신은 버냉키 의장이 8일 뉴욕에서 열린 소아암 연구기금 모금을 위한 한 투자 콘퍼런스에서 수백억 달러를 주무르는 투자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두케인 캐피털 매니지먼트 임원이었던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버냉키는 역사상 가장 부적절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며 비난했고 엘리어트 매니지먼트 헤지펀드의 설립자 폴 싱어는 “버냉키의 통화정책이 장기 채권 가격과 전 세계 경기회복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주식 시장의 붕괴를 경고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지난 7일 “주식시장에 아직 거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2년 동안 위험 자산에 대한 거대 랠리가 지속되면 시장이 크게 붕괴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