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뜨거운 감자’… 노동부 부랴부랴 “법 개정”

입력 2013-05-09 17:59 수정 2013-05-09 22:25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의지를 표명하자 고용노동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동부 관계자는 9일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룬 뒤 법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GM사의 댄 에커슨 회장이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통상임금 산정 기준은 최근 재계와 노동계에서 최대 이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느냐가 핵심이다. 통상임금은 시간외 근무수당 등 초과근무 수당을 산정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근로자의 초과근무 수당이 늘어나고 기업으로서는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재계는 이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결국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그동안 잘못된 임금 관행을 개선하고 정당한 권리를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정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3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3년치 수당 인상분과 퇴직급여충당금 증가액 29조6846억원, 판결 첫해에 발생하는 추가비용 8조8663억원 등이다. 경총은 “기업들은 상여금의 성격상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1980년대 마련된 정부의 행정지침에 따라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상여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대구의 시외버스 업체 금아리무진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근속연수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 판례를 근거로 현대자동차노조 등이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산정해 인상분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10여건이고, 전국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은 100건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부는 여태껏 정기상여금 등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급여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금아리무진 사건은 독특한 점이 많아 모든 업체에 적용시키기 곤란하다”면서 “판례가 확립될 때까지 개별 사업장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해결을 공언하고 나선 마당에 마냥 대법원의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노동부는 노·사·정 대화 의제로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상정해 합의를 이룬 뒤 법개정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다만 법개정 이전까지 혼란을 막기 위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산정기준에 관한 판례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