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드라이브’ 정책 공조… 엔低 충격 줄이기

입력 2013-05-09 18:02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주요 선진국의 잇단 양적완화에 맞불을 놔 ‘방패’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베노믹스’(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低) 현상 등으로 우리 경제가 입을 충격을 완화시키겠다는 목적이다. 우리가 고금리를 유지할 경우 예상되는 투기성 자본의 급격한 유입을 막는 한편 급격한 환율 하락을 방지하는 등 부가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지난해 10월 이후 잇따라 금리를 내릴 정도로 각국은 돈 풀기에 적극적이다. 특히 호주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깜짝 인하’를 단행한 것은 결정타였다. 엔저 공세가 겹치면서 원·엔 환율이 4년8개월 만에 100엔당 1100원대가 깨진 점은 ‘결단’을 재촉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변화할 때 같이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규모·시기를 놓고 제기됐던 불확실성의 해소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했다. 한은으로서는 추경에 이은 금리 인하로 경제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가세해 대기업, 시장, 개인에 확실한 ‘신호’를 주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심리 개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추경의사를 밝혔음에도 그동안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추경 규모나 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과잉 성장으로 경제에 ‘버블(거품)’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경 논의가 이뤄지면서 한은이 두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지만 정부가 묵묵부답이었던 것도 부담이었다. 김 총재는 “정부·국회가 경제회복을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정책 공조는 항상 유효하고, 현재 완화적인 통화기조를 더 완화적으로 만들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의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와 추경 효과로 올해 성장률이 0.2% 포인트, 내년 0.3∼0.4%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와 물가 상승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금리를 인하하면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며 “우리가 걱정하는 만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통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동결을 결정했던 지난달과 비교해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가 없는데도 한 달 만에 6명이나 인하로 돌아선 것은 정부·시장의 압력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총재는 “지난달과 이달의 금리 결정은 사실상 ‘선택의 문제’였다”고 했다. 두 달 모두 동결이나 인하를 결정해도 무리가 없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주요 국가의 금리 인하라는 변화가 주효했고, 추경 편성과 경제 심리 호전이라는 내부적 당면과제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