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서윤경] ‘욕설 파문’ 정도 돼야 관심 받나

입력 2013-05-09 17:59

“관심을 받으려면 최소한 욕설 파문이나 손찌검 정도는 있어야 하나 보다.”

지난 주말 욕설 녹취록 파일이 공개된 뒤 남양유업은 연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급기야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임원들이 허리를 숙여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대리점주들은 수년 전부터 밀어내기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욕설 파문 하나로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며 우리 여론의 ‘냄비근성’을 못마땅해했다.

남양유업의 경쟁업체 대리점 업주는 “자극적인 소재 덕에 국민들이 공분하니 그제서야 정부와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리점주들은 자극적인 소재로 여론의 관심을 끈 만큼 시간이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식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거 ‘멜라민 파동’처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면 상황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이번 사안은 남양유업의 영업 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쉽게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한 달 정도만 조용히 있자는 게 이쪽 분위기”라며 “내부 문제인 데다 욕설 파문이라서 길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음료를 비롯한 유통업계도 밀어내기, 떡값 등 문제의 본질 대신 욕설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인 소재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욕설 음성파일의 경우도 최근 포스코 임원, 빵집 회장 등의 사태로 ‘갑의 횡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검찰조사 시기에 맞춰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욕설도, 밀어내기도 분명히 잘못”이라며 “하지만 대기업은 ‘갑’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억울한 심경을 전했다.

서윤경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