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시장 급성장하는데… 카드업계는 되레 쓴웃음

입력 2013-05-09 17:57


체크카드 돌풍에 카드업계가 쓴웃음을 짓고 있다. 중소기업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체크카드로 고객이 옮겨 가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체크카드 이용액이 82조8000억원으로 2010년(51조5000억원)보다 60.8% 상승했다고 9일 밝혔다. 체크카드 발급 수도 2010년 말 7674만장에서 2011년 말 8975만장, 지난해 말 9914만장으로 급증했다. 반면 신용카드 이용액은 2010년 51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577조7000억원으로 1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체크카드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체크카드의 연말정산 공제율을 지난해 25%에서 올해 30% 수준으로 높였다. 반면 신용카드 공제율은 15%로 줄었다. 체크카드 이용자는 신용카드 이용자보다 연말정산 때 카드 사용액의 15%를 추가로 공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굳어버린 것도 체크카드 돌풍의 이유다.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에 잔액이 없으면 결제가 되지 않아 ‘경제적 소비’가 가능하다. 결제하자마자 곧바로 통장에서 돈이 나가기 때문에 과소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카드사도 흐름에 발맞춰 체크카드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고객까지 체크카드로 데려오기 위해 신용결제 기능을 담은 체크카드인 ‘하이브리드 카드’도 내놨다. 하지만 속내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신용카드에 비해 체크카드의 수익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건당 결제 수수료가 평균 2% 정도인 데 비해 체크카드는 1% 정도에 불과하다. 고객이 1만원을 결제할 때 신용카드 고객이면 카드사가 200원을 가져가지만, 체크카드는 100원만 가져가게 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1%에서 인건비와, 결제 대행업체 수수료, 은행 계좌이용 수수료 등을 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체크카드 활성화는 필요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