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보육료, ‘사교육시장’ 배불렸다
입력 2013-05-09 17:52 수정 2013-05-09 22:24
무상보육으로 풀린 정부 지원금이 풍선효과처럼 사교육 시장을 부풀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0∼2세 무상보육’ 전면 실시로 수조원대의 무상보육 예산이 투여된 지난해 만 0∼5세 자녀 1인당 보육 및 교육비는 오히려 늘었다. 대부분 영어유치원이나 학습지 같은 사교육비 때문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만 0∼5세 영·유아 자녀를 둔 2500여 가구 및 어린이집 4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9일 발표한 ‘2012년 보육실태’를 보면 만 0∼5세 영·유아의 1인당 평균 보육 및 교육비는 20만8700원으로 2009년 18만9500원보다 2만원(10.1% 상승)쯤 올랐다.
같은 기간 정부 지원금이 배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상보육의 효과가 사교육비에 묻혔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2년 정부의 보육료 및 양육수당 지원금은 4조9400억원으로 2009년 2조7000억원보다 2조2400억원 늘었다.
대신 커진 것은 영어유치원과 체육·음악·수학 같은 각종 시간제 사설학원들이었다. 특히 영어유치원·미술학원 등의 간판을 내걸고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설기관 이용비는 지난해 83만2300원으로 2009년(46만8600원)보다 36만원이나 폭증했다. 그중 영어유치원의 평균 원비는 90만6800원이었다.
음악·체육·수학 같은 각종 학원과 학습지 교습을 받는 아이들도 많았다. 지난해 기준 만 5세 아동의 경우 두 명 중 한 명꼴로 ‘과외’를 받았다. 과외 받는 아이 10명 중 9명은 어린이집·유치원에도 동시에 다니고 있었고, ‘주 9시간 이상’ 과외를 받는 비율도 15%나 됐다.
정부 지원금 덕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이용 비용이 줄긴 했다. 어린이집 비용은 8만8800원으로 2009년 16만8100원의 절반, 유치원비는 22만9300원(2009년)에서 19만3800원으로 15%쯤 가격이 내렸다. 만 3세 이상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의 경우 올해부터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돼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다. 하지만 각종 부대비용은 투입 예산 대비 효과를 반감시켰다. 부모들은 영어·체육 등 특별활동비, 현장학습비, 교재비 등을 유치원에 보낼 경우 월 4만2600원, 어린이집은 3만9000원씩 내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영·유아 10명 중 6명은 평균 3.2개의 특별활동에 참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상보육 효과로 보육료와 유치원비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반면 사교육시장에도 영향을 준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