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氣 살리는 한국음식의 귀중함 알아줬으면…”

입력 2013-05-09 17:37 수정 2013-05-09 22:32


지난해 봄, 전파를 탄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대한민국을 요리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각양각색 사연을 가진 지원자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요리 경연은 그 자체도 흥미를 끌었지만 특히 남자들의 요리 바람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지원자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냉정하게 요리를 평가하고, 한국의 맛을 강조해 선망의 대상이 된 인물은 심사위원 김소희(49) 셰프. 10일부터 방송되는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에서 강레오(37) 셰프, 푸드계 마케팅 달인 노희영(50) 이사와 다시 한번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는 우승상금 3억원을 놓고 요리 대결을 벌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김 코흐트’로 더 유명한 그는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알아주는 셰프다. 1980년대 초반, 딸을 계속 한국에 뒀다간 데모하다 일 낼 듯한 불안감 때문에 의류 디자인을 공부하라고 유럽으로 등 떠민 어머니 덕에 오스트리아에 정착했다. 디자인 분야에 한계를 느낀 뒤 1995년 먹고살기 위해 작은 식당을 차린 것이 그의 삶을 뒤바꿔 놓았다.

“아무리 해도 인건비 때문에 수지가 안 맞았어요. 한 달 동안 식당 셔터 내려놓고 8㎏이 넘는 연어 50∼60마리를 회로 떴죠. 일단 큰 물고기 회를 뜨고 나니까 작은 건 다 할 수 있겠더라고요. 대신 그때 하도 연어 냄새를 맡아서 지금도 연어는 안 먹어요.”

동양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는 독해져야만 했다. “(최고의 명성을 가지게 되는) 미슐랭 별 3개 받은 스타 셰프들의 음식을 먹어보려고 미리 예약하고 찾아갔어요. 코스 요리가 얼마나 깁니까. 7∼8개씩 있으니 나중엔 화장실 가서 먹은 걸 토해내고 나와서 맛보고, 또 토하기를 반복했지요.”

타지 생활은 무척 외로운 일이다. 그가 있던 빈엔 한국 교민도 많지 않다. 그는 “제일 친한 친구가 일이에요. 외로울 때 일을 하면, 외로운 걸 못 느껴요. 행여 패배주의에 빠져 신세 한탄이나 할까 싶어 발전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만 만났죠.”

독일 등 해외에서 요리 서바이벌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던 그가 국내 활동을 시작한 건, 이번 ‘마스터셰프 코리아’ 프로그램을 담당한 제작진의 애정 공세가 컸다. 빈에선 떡 먹기가 힘들다는 말에 제작진은 한국에서 공수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을 그의 앞에 대령했고, 결국 그 정성을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83년 한국을 떠난 뒤 그동안 그는 거의 한국 사람들과는 같이 일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촬영에 임하면서 그는 오스트리아와 한국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빈의 ‘킴 코흐트’는 화·수·목·금 4일 영업을 한다. 오스트리아의 장관, 정치인들도 그의 요리를 먹기 위해선 석달 전 미리 예약을 한다. 한국에서 촬영하는 열흘을 제외하곤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요리를 할 때마다 어린 시절에 식구들 밥상을 준비하던 어머니 옆에서 듣고 본 것들이 힘이 됐다.

“어머니는 뭇국 하나 끓일 때도, 무를 나박나박 썰면 맛이 없으니 비스듬히 썰라고 하셨어요. 그래야 얇은 면, 두꺼운 면 씹을 때 맛이 달라 더 맛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때 해주신 어머니 말씀이 다 맞더라고요.”

이렇듯 누구보다 한국적인 맛의 중요성을 알기에, 그는 지나치게 한식이 과소평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젊은 세대들은 우리가 먹는 된장찌개의 진짜 맛을 모르고 크림 들어간 스파게티가 더 맛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정말 우리 음식처럼 사랑이 담겨 있고 사람의 기를 살려 주는 음식이 없어요. 한국 음식의 귀중함을 좀 더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