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신서’를 통해 본 다산이 꿈꾼 정의

입력 2013-05-09 17:18


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김호(책문·2만원)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눈에는 스스로 억울함을 말하지 못하는 백성들이 어디가 아픈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병든 아이처럼 비쳐졌다. 백성들이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주먹이 법보다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권세 있는 아전이나 간악한 향리와 관련된 경우 노여움을 살까 봐 입을 다물게 된다는 얘기다.

다산은 소송을 통해서도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한 백성들을 위해 흠흠신서(欽欽新書)를 펴냈다. 인명에 관한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뜻의 흠흠신서는 다산이 중국과 조선의 법전들과 재판 때 쓰던 조서 등을 정리한 일종의 형법 참고서이다. 경인교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흠흠신서를 바탕으로 다산이 꿈꾼 정의에 대한 각종 에피소드를 모았다. 다산은 조선의 법 집행이 관용만을 앞세우거나 사건 조사를 정확하게 하지 않는 바람에 응당 벌을 받아야 할 자를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정의구현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무덤을 파서라도 조사하라”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자는 엄히 처벌하라” “동생이라도 마음대로 죽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갖가지 억울한 사건을 통해 ‘법과 정의’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