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순간에도 ‘피식’… 삶 치유한 해학
입력 2013-05-09 17:19
한국 해학의 예술과 철학/윤병렬(아카넷·2만6000원)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조건에서도, 힘들거나 슬플 때도 웃음으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놀라운 지혜다. 웃음에는 힘겨움과 슬픔을 달래고 극복하는 신바람이 섞여 있다. 김홍도의 민화에는 노동의 고단함을 웃음이 만연한 놀이로 바꿔놓는 해학이 있다. 저자는 독특한 웃음을 선사하는 장르 정도로 인식되던 해학을 예술과 철학의 지평에서 재조명한 다. 이를 위해 책의 상당 부분을 한국 전래동화 분석에 할애한다. 기지로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는 이야기, 부패한 권력을 조롱하는 이야기, 처참한 순간을 견디는 이야기 등 문학작품이 빚어내는 해학적인 특성을 소개한다. 예로부터 ‘한(恨)’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였고 한이 쌓이면 화병이 됐다. 저자는 그러나 우리 겨레는 해학이라는 분출구를 만들어 스스로 승화시키고 달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한다. 해학은 웃음을 만들어내고, 삶의 치유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해학은 철학의 지평을 형성한다. 공옥진 여사의 병신춤에도 해학이 녹아 있고, ‘신라의 미소’(얼굴무늬 수막새)에 깃든 온화한 미소에도 해학이 스며있다는 것. 독일의 본 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재 연세대 철학연구소 전문연구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