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자라… 천재 장사꾼의 성공비결

입력 2013-05-09 17:28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미래의창

자라 성공 스토리/코바돈가 오셔/더난출판

이케아(IKEA)와 자라(ZARA). 각각 스웨덴 가구 브랜드와 스페인 패션 브랜드로, 취급하는 영역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낮은 가격에도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으로 전 세계 시장에 마니아층을 몰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는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87)의 인생 스토리와 브랜드 탄생 과정 그리고 기업 성공 비결을 다룬다. 캄프라드는 천생 장사꾼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성냥을 싸게 사서 할머니나 이웃 농부들에게 팔았다. 상급 상업학교 졸업 후 얻은 첫 직장에서는 싸게 구입한 서류철을 사장에게 되팔아 월급보다 더 벌었다. 군에 가서도 상관을 구슬려 통신 판매 사업을 계속했던 그에게 전시장을 갖춘 통신판매업체 이케아 창업은 예정된 길처럼 느껴진다.

1950년대 스웨덴에서 통신판매업체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이케아 특유의 분해조립형 가구 개념이 나왔다. “식탁에서 다리를 떼버려.” 포장 부피를 줄여 배송비를 낮추고 무엇보다 배송 과정에서 파손되는 양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이후 이케아의 핵심 전략이 됐다. 운도 따라 50년대 스웨덴의 경제 기적을 타고 성장한 이케아는 현재 독일 중국 등 전 세계 41개국에 뻗어 있다. 일중독으로 인한 가족 갈등, 이혼과 알코올 중독, 노조와의 갈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야 했던 사연 등 개인사와 기업사가 잘 포개져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캄프라드의 장사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전략들이 소개된다. 그는 불편함도 팔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조립을 해야 하지만 고객은 이케아에 미움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면서 힘들이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고. 가구 이름에 스웨덴 지명을 붙이고, 매장은 직원 유니폼을 비롯해 온통 스웨덴 국기 색깔인 파랑과 노랑으로 꾸미는 등 스웨덴을 팔고 카탈로그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이케아식 장사의 세계. 그 궁금한 영역을 독일 기자 출신 작가는 탄탄한 취재로 흥미롭게 소개한다. 배인섭 옮김.

스페인의 패션비즈니스스쿨 교장이 쓴 ‘자라 성공 스토리’는 감각적인 편집 제목에 비해 내용은 덜 충실하다. 자라의 창업자이자 모그룹인 인디텍스 그룹 회장인 아만시오 오르테가(77)가 사생활에 대해 털어놓기 싫어하는 은둔형 최고경영자(CEO)라는 특성이 작용했을 듯하다. 오르테가는 2001년 기업 상장을 앞두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가난한 철도원 아들로 태어나 13세부터 셔츠가게 보조 일을 시작한 오르테가는 세계 3위 부자로 등극한 자수성가형 인물. 하지만 아직도 사무실 회전의자보다는 매장에 나타나기를 즐겨한다. 상장 당시 자신의 주식을 팔아서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2007년 페루 지진 희생자를 지원하는 등 따뜻한 기업인이다. 광고 등 마케팅에는 별로 돈을 쓰지 않고, 대신 제품을 빨리 유통시키고, 가격이 낮으면 더 팔릴 수 있다는 그의 전략이 주효해 자라는 현재 전 세계 86개국 60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성공에도 오트 쿠튀르(패션 명문가가 만든 옷)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가 파악하는 여성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여성들은 단순한 이유로 저희 옷에 열광합니다. 바로 그들이 살 수 있는 가격이지요.” 공민희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