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지성’ 댈러스 윌라드 박사 소천
입력 2013-05-09 13:59
이 시대 복음주의 지성 댈러스 윌라드 박사가 8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소천 했다. 향년 77세. 미국 남가주대 철학과 교수로 ‘하나님의 모략(Divine Conspiracy)’ 등 탁월한 저서를 통해 전 세계 크리스천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윌라드 박사는 2012년 췌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결국 천국으로의 영원한 여행을 떠났다.
레노바레 한국대표 강찬기 목사에 따르면 윌라드 박사와 절친한 관계인 리처드 포스터 목사는 이틀 전 병상의 고인을 찾아가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포스터 목사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 수 있다”고 말하자 윌라드 박사는 웃으면서 “우리는 반드시 또 만날 것”이라면서 천국에 대한 확고한 소망을 표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윌라드 박사의 마지막 말이 “땡큐(Thank You)”였다고 전했다.
미국 미주리 주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윌라드 박사는 베일러 대학을 졸업하고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50년 가까이 남가주대학교(USC)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남침례교단에서 안수 받은 목회자인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철학과 인문학, 신학 등의 방면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냈다. 특히 그는 앨빈 플랜팅가 노트르담대 석좌교수, 리처드 마우 전 풀러신학교 총장, ‘메시지’의 저자 유진 피터슨 목사 등과 함께 현대 미국사회에서 ‘복음주의 지성의 부흥’을 견인했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앞으로 기독교의 고전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한 여러 책들을 저술했다. ‘하나님의 모략’과 ‘하나님의 음성’‘잊혀진 제자도’‘마음의 혁신’ 등 그가 쓴 책들은 서구 기독교권은 물론 국내 크리스천 독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기독교 영성 훈련’이란 관점에서 그가 끼친 영향은 깊고도 넓다.
윌라드 박사가 평생 진력한 내용은 이 땅에 참된 제자도와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것이었다. 값싼 은혜, 공허한 성공을 추구하는 시대 조류 속에서 그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삶이 얼마나 혁명적이며 짜릿한지를, 우리가 지금 얼마나 그 본질에서 멀어져 있는지를 알려 주었다.
그는 크리스천과 제자를 구분한다. 윌라드 박사에 따르면 크리스천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고백한다고 해서 꼭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제자란 상대와 같은 존재가 되고, 상대가 하는 일을 할 수 있기 위해 적절한 조건 아래서 그 사람과 함께 있기로 작정한 자”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제자가 된다는 것에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그 사람을 따르고, 같이 있으며 그 사람처럼 되는 법을 배우고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
생전에 국민일보와의 몇 차례 인터뷰에서 윌라드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크리스천 사이에는 그릇된 신화가 있습니다. 제자가 되지 않고서도 ‘크리스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찢어짐과 비움, 돌이킴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것 없이도 크리스천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비극입니다.” 그는 이를 지상명령(Great Commission)의 중대한 누락(Great Omission)이라고 표현했다. 이 누락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현실적 삶과 실제 제자의 삶과는 거대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윌라드 박사는 이같은 누락과 괴리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예수의 도’를 날마다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저명한 기독저술가이자 목회자인 존 오트버그 목사는 “윌라드 박사는 우리 시대 누구보다도 예수 그리스도가 제시한 복음의 실체를 분명하게 전달해 주었다”면서 “고인의 영적 영향력은 시대가 지나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