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우정의 합창 60년간 쉼 없이 울려 퍼졌다”…“동맹” 15차례 강조

입력 2013-05-09 00:23 수정 2013-05-09 04:01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오전(한국시간 8일 밤)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연설을 하면서 ‘동맹’이란 단어를 15차례 언급하는 등 한·미 동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과거와 현재, 미래에 걸쳐 폭넓게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초 입장시각보다 6분이 지난 10시36분 의회에 등장했지만 미 의원들은 3분 동안 기립박수를 치며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을 환영했다.

박 대통령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미국은 경의를 표한다”고 새겨진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의 비문을 인용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 3대가 군인으로 근무했고 한국전에도 참전했던 방청석의 모건씨 가족을 소개한 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모건씨 가족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헌신과 우정에 깊은 감사의 박수를 드린다”며 사의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1953년 전쟁의 총성이 멈추었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무역 규모 세계 8위 국가로 성장했다”며 “세계인들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국민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독일의 광산에서, 베트남의 정글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많은 땀을 흘려야 했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존경스럽고, 그 국민들의 대통령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운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특히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에 핵 보유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병진 노선을 포기하라고 촉구하면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는 뜻의 “You canno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라는 영어 속담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이 “한·미 양국과 지구촌의 자유와 평화, 미래와 희망을 향한 우정의 합창은 지난 60년간 쉼 없이 울려퍼졌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합동연설을 마무리짓자 의원들은 다시 기립박수로 화답했고 일부는 퇴장하는 박 대통령에게 사인을 받기도 했다. 연설 도중 모두 39차례 박수가 터졌고 이 때문에 연설이 예정됐던 30분보다 5분 넘겨 끝났다. 특히 박 대통령이 존 코니어스 의원을 비롯한 4명의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자 참석자 전원이 기립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6번째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통상 ‘국빈 방문’인 경우에 외국 정상 등에게 주어지는 의전절차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공식 실무방문’임을 감안하면 파격적 예우라는 평가가 나온다. 1874년 이래 49개국 108명의 정상 또는 대표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고, 그중 여성은 11명이었다.

워싱턴=신창호 기자,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