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경영자-화가 ‘인생 삼모작’
입력 2013-05-08 20:07
고려제약 창업주인 박해룡(78) 회장의 어릴 적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미술을 포기하고 성균관대 약대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종근당에 입사해 25년가량 월급쟁이로 생활하다 1982년 고려제약을 차렸다. 2005년에는 회사 경영을 아들에게 일부 넘겨주고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려 왔다.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서너 시간 작업에 몰두했다. 해외 스케치를 나가기도 하고, 그림 소재로 제주도 말 사육장과 골프장을 찾기도 했다. 그동안 그린 작품이 120여점에 달한다. 그렇게 작업한 그림으로 8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갖는다. 자연과 도시 등을 소박하게 그린 작품 30여점을 ‘삶에 물들이기’라는 타이틀로 담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 회장은 “월급쟁이에서 경영인으로, 미술품 애호가에서 다시 화가로 이어지는 저의 인생 역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경영학적 테크닉과 회화의 상상력을 극대화해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조화로운 세계로의 도전”이라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우며 미술로 덕을 쌓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시 출품작은 ‘말’ ‘골프’ ‘여행’ ‘일상’ 등 시리즈로 구성됐다. 박 회장은 “매 순간 결정을 하는 사업가로서 바람에 나부끼는 말의 갈기가 꼭 제 자신의 마음 같았다”며 “이를 통해 내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업가에서 화가로 변신한 그의 그림에는 동심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전시의 작품판매 수익금은 화가를 꿈꾸는 불우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