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Sir! 퍼거슨 은퇴

입력 2013-05-08 19:26 수정 2013-05-08 22:23

“지금이 은퇴할 적기다. 나는 팀을 강하게 만들어 놓고 떠나고 싶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

퍼거슨 감독은 8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시즌을 마친 뒤 감독직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오랜 기간 은퇴에 대해 고민했다”고 운을 뗀 퍼거슨 감독은 “이번 시즌 우승한 스쿼드와 연령 밸런스는 팀이 최상위 레벨에서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단계에 올랐다”고 밝혔다.

◇화려한 감독생활=1974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그만둔 퍼거슨 감독은 그해 곧바로 스코틀랜드 리그 팀인 이스트 스털링 지휘봉을 잡고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부터 맨유 사령탑을 지냈다. 퍼거슨 감독은 클럽 사령탑으로서 각종 대회에서 무려 49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 사령탑으로서 이번 시즌을 포함해 무려 13차례나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고 5차례 FA컵, 4차례 리그컵, 10차례 커뮤니티실드, 2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1차례 유로피언컵, 1차례 UEFA 슈퍼컵, 1차례 인터콘티넨털컵, 1차례 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을 제패했다.

맨유 홈페이지에 따르면 퍼거슨 감독은 1986년 팀의 사령탑을 맡은 이래 통산 1498경기에 나서 894승267패337무를 기록했다. 퍼거슨 감독은 축구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아 ‘알렉스 경’으로 불린다. 현지 언론은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데이비드 모예스 잉글랜드 에버턴 감독, 조제 무리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감독 등을 거명했다.

◇뛰어난 리더십=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IFFHS)에 따르면 퍼거슨 감독은 세계 각국의 축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산정하는 ‘21세기 최고의 클럽 감독(2001∼2012)’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한 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글로벌 기업들의 ‘리더십 벤치마킹’ 대상이 돼 왔다.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라는 신념으로 1980년대 중반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맨유를 세계적인 명문 구단으로 키워 냈다. 그는 스타가 팀워크를 해치면 가차 없이 방출했다.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 뤼트 판 니스텔루이 등 스타들은 튀는 행동으로 퍼거슨 감독의 눈 밖에 나 맨유를 떠나야 했다. 반면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들에겐 한없이 너그러웠다. 박지성(32·퀸스파크레인저스)에게 보낸 애정만 봐도 알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팀이 위기를 맞으면 선수단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20일 자정 열리는 맨유와 웨스트브로미치와의 경기는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경기를 이끄는 퍼거슨 감독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