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72시간 축구한 사연
입력 2013-05-08 19:26 수정 2013-05-09 01:23
축구 경기시간은 전후반 합쳐 90분입니다. 그런데 90분은 너무 짧다며 72시간 동안 ‘마라톤 축구’를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인근 스트렛퍼드에서는 36명이 사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을 찼습니다. 이들은 조만간 기네스북 공인을 받을 예정입니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장 시간 축구 경기는 62시간입니다.
치기 어린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닉 로즈(26)라는 사람은 2만5000파운드(약 4200만원)를 모아 맨체스터에 있는 ‘프란시스 하우스’ 어린이 호스피스 병동에 기부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경기를 통해 현재 약 2만 파운드가 모였다고 합니다.
로즈는 8일 맨체스터 지역 언론인 ‘맨서니안 매터스’와의 인터뷰에서 “열두 달 전에 기상천외한 축구 경기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마침내 해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지난 사흘간 단순한 축구 경기 이상의 것을 이뤄냈다”며 뿌듯해했습니다.
36명의 선수들은 사흘 동안 잠을 두 시간씩밖에 못 잤습니다. 사흘 동안 나온 골은 모두 1065골이었습니다. 경기 결과는 로즈가 주장을 맡은 팀이 폴 로건(36)이라는 사람이 주장으로 활약한 팀에 603대 462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혼자 20골 이상을 넣은 로즈는 “36명이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두세 골밖에 넣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모두 골 맛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시스 하우스의 모금을 담당하고 있는 케이트 퍽은 매일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퍽은 “선수들의 몸에선 끊임없이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상적인 축구를 했다”며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죠. “이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내리길 바랍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