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앞다퉈 금리 내리는데… ‘외톨이 한국’ 선택은
입력 2013-05-08 19:07 수정 2013-05-08 22:18
‘글로벌 통화전쟁’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한국은행은 그동안 외톨이처럼 기준금리 동결을 고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칠레 3개국에 불과하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사이 미국·일본을 비롯한 OECD 회원국 다수는 기준금리를 내리며 공격적 양적완화에 나섰다.
이 때문에 9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선택이 무엇일지, 지난달 금통위에서 4대 3으로 밀려 금리를 내리지 못한 ‘비둘기파’(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지지자)가 반격에 성공할지, 주요국 금리 인하가 금통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체면을 구겼던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 관심 포인트다.
◇각국 앞다퉈 금리 인하=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해 10월 이후 OECD 34개국 중 23개국이 금리를 내렸다. 기축통화국(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 신흥국조차 금리를 내려 환율 방어 및 경기 부양에 나섰다. 지난 7일 호주가 기준금리를 사장 최저치인 연 2.75%로 내린 것을 비롯해 유로존 소속 14개국과 체코 스웨덴 이스라엘 등이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일(현지시간)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한 것이 결정타라고 보고 있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국제 공조’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마냥 금리를 묶어둘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는 출구전략을 조기에 시행할 가능성을 보인 것은 금리 인하에 부담이다.
◇‘김의 선택’ 어디로=김 총재는 최근 한은 총재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을 찾았다. 총액한도대출을 받은 기업을 찾아 애로사항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였다. 한은이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재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정부와 시장의 전방위 압박에 대한 나름의 ‘맞대응’인 셈이다.
김 총재는 이와 함께 “지난해 0.5% 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이제 나오고 있다”, “정책 엇박자 운운하는 것은 두 발로 한꺼번에 가라는 소리”,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 따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버블 형성 등 취약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등의 강경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기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김 총재가 이번에도 금리 동결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본다. 다만 지난달 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3명이나 금리 인하 의사를 표명했던 만큼 극적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비둘기의 반란’ 성공할까=지난달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한 사람은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금통위원이다. 이들은 각각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인물로 새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은에서는 갑자기 3명이나 되는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를 주장하자 무척 당황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이후 하 위원 홀로 금리 인하를 주장해왔는데 ‘비둘기파’에 2명이 더 합세하면서 김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쥐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금통위원에게 비공식 경로로 정부·시장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9일 열리는 회의에서 비둘기파가 더 세력을 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임승태(은행연합회 추천) 금통위원의 결정이 기준금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김 총재와 박원식 한은 부총재, 한은 추천 인사인 문우식 금통위원은 모두 확실한 ‘매파’(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 지지자)로 분류할 수 있다.
◇정부 눈길은 어디로=정부는 내심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은 총재가 이성태 전 총재라면 우리도 기대 안 한다”며 “김 총재는 그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미련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통화정책을 두고 정부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던 대표적 매파다. 반면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친 김 총재는 정부 정책에 협조할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은 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낮춰 잡으며 “통화 당국은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