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연근로제 확대도입에 앞서 해야 할 일
입력 2013-05-08 18:56
새 정부는 임기 중 고용률 70%(15∼64세 기준)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고용률은 64.1%로 OECD 34개 회원국 평균인 65.1%보다 1% 포인트나 낮기 때문이다. 이는 고용률 80%대에 육박하는 북유럽국가를 비롯, 장기불황 중인 일본의 70.9%보다 한참이나 차이 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고용률이 이처럼 낮은 까닭은 요 몇년 동안 경기가 부진한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배경은 경기 흐름과 무관한 여성층과 청년층의 낮은 고용률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한국의 남성 고용률은 2008년 OECD 평균 75.7%보다 1∼2% 포인트 낮지만 여성 고용률은 평균 57.8%보다 5∼6% 포인트나 격차를 보인다. 이뿐 아니라 15∼24세 청년층 고용률은 OECD 평균 43.2%보다 19.4% 포인트나 낮다.
여성과 청년층의 고용률 상승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고용률 70%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여성과 청년층의 고용률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 고용구조가 ‘남성-풀타임-정규직’ 근로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애써 취업한 여성이라도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한 번 직장에서 벗어나면 재취업이 쉽지 않고 전업주부의 경우는 남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려고 시도해보지만 일자리 찾기가 만만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8일 내놓은 ‘유연근무제 확산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유연근무제 활용도가 대단히 낮다. 일감이 많고 적음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비율은 2011년 현재 6.1%로 일본 51.3%와 큰 차이를 보였다.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제’ 역시 우리나라 기업비율은 3.3%인 반면 미국은 54.0%(2009년)였다.
이뿐 아니라 영국 기업의 88.0%(2011년)가 활용하는 ‘시간제 근무제(파트타임)’나 미국 기업의 51.0%가 도입하고 있는 ‘재택근무제’도 한국은 겨우 1∼2% 수준이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은 일할 의욕을 가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유연근무제의 확대 없이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유연근무제 확대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연근무제가 비정규직 양산의 또 다른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비정규직근로자(무급가족종사자 제외)가 600만명을 웃돌고 있는 지금 유연근무제 확대만을 강조하다보면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정규직의 처우 격차 시정은 물론 고용행태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이 제도적으로 전제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