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넘어 ‘亞 미래 공동설계자’ 새 파트너십 제시

입력 2013-05-08 18:52 수정 2013-05-08 22:12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낮(한국시간 8일 새벽) 채택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의 핵심 키워드는 린치핀(linchpin·핵심축), 한반도 비전 공유, 아시아 미래의 공동설계자로 요약된다. 한·미 양국이 동맹 관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주도하고 역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두 주역으로 나아가자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한·미 동맹은 린치핀=공동선언은 우선 한·미 동맹이 아·태지역 평화 안정에 있어서 린치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린치핀은 마차나 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이다. 외교적으로는 ‘공동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를 뜻한다. 정부는 두 나라가 아·태 역내에서 미래에 다가올 기회와 도전에 공동 대응하는 동맹이자 동반자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6월 캐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미 동맹에 대해 처음으로 린치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정상 간에 문서로 합의해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전 공유=공동선언은 또 새로운 한반도 질서와 평화통일 달성을 위한 미래상도 재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비핵화에 이어 민주주의 및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문구가 선언에 포함됐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들어가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6월 채택한 한·미 동맹 미래비전이 한·미 관계 발전방향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면 이번 공동선언에서는 미래비전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미래의 공동설계자=선언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한·미 양국이 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자는 대목이다. 선언문 마지막에 ‘다가오는 세대를 위한 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명시된 이 부분은 사실 이번 공동선언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군사동맹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 온 두 나라 관계를 한반도에 국한시키지 않고 아시아 변화의 주역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두 나라가 이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함께 만들어가는 진정한 파트너라는 의미”라며 “한·미 동맹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두 나라는 4년 전 한·미 동맹 미래비전에선 아·태 지역에서의 양국 역할을 ‘문제 해결에 협력한다’는 수준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이번 선언에는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참여를 미국이 환영하고, 동북아 평화협력시대 구축방안을 준비하자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추가됐다. 정부는 이번 공동선언이 동맹 발전의 중요한 지침서(guiding principle)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 공감=공동선언과는 별도로 두 정상은 한·미 원자력협정이 2년 연장됐지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개정 협상을 타결하자는 데 공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부에 그런 지시를 내리겠다. 잘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사용후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재개되는 추가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