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혈액’ 관리 구멍… 수혈돼도 감감

입력 2013-05-08 18:19 수정 2013-05-08 22:15


2010년 1월 28일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것이 확인된 A씨. 같은 해 2월 5일 A씨가 헌혈한 혈액이 제3자에게 수혈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지자체 보건소가 수혈자의 인적사항 등 정보를 파악해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기까지는 무려 2년 가까이(720일)이 걸렸다. 수혈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감염여부 확인이 아예 불가능해진 뒤였다.

이처럼 수혈에 대한 역추적 조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HIV 감염자의 수혈이 뒤늦게 밝혀졌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는 등 수혈관리의 큰 허점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8일 발표한 질병관리본부 종합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2012년 11월 조사 대상 1928건 중 절반이 넘는 1038건(53.8%)이 역추적 조사 기한인 65일을 넘겼다. 365일 이상 조사가 지연된 사례도 81건에 달했다. 조사가 늦어지면서 수혈자와의 연락이 끊어지거나 사망해 HIV 감염 여부를 알아내지 못하고 조사를 끝낸 경우도 있었다.

65일이 경과된 조사의 대부분이 시·도 및 시·군·구 보건소를 통해 파악하는 수혈자 인적 사항 조사 단계에서 지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가 완료된 1448건 중 1129건(77.4%)에 대해서는 감염 여부가 확인됐으나, 329건(22.6%)은 혈액출고대장 같은 기록물 폐기, 의료기관 폐업, 수혈자 연락 불능, 채혈 거부 등 이유로 조사 불가 처리됐다. 수혈자 인적 사항은 의료기관의 혈액출고대장을 통해 확인하는데, 의료법 시행규칙에 혈액출고 기록의 보존 연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의료기관이 기록물 폐기(통상 5년 보관) 시 조사 진행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혈액관리법에 수혈 감염 역추적 조사에 필요한 내용을 직접 명시해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유도하고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혈액출고기록을 10년 이상 보존하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마련하도록 질병관리본부에 지시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