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장관 학교 오니… “슈퍼甲 떴다” 들썩
입력 2013-05-08 18:19 수정 2013-05-08 22:15
‘슈퍼 갑(甲)’이 학교에 오시는 날이었다.
8일 오전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인천 작전동의 작전중학교에 들어섰다. 스승의 날(15일)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일일교사 체험을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흘끔거렸지만 교직원들은 경직된 표정으로 학생들을 통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단과 운동장, 교실에서는 작은 쓰레기 하나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교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은 흠잡을 데 없이 단정했다. 언제부터 이 행사를 준비했느냐는 물음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다물었지만 “1주일 전부터 청소하고 준비했다”는 얘기를 한 학생도 있었다.
고위 인사들의 학교방문 때마다 내걸리곤 하던 플래카드는 보이지 않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초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평소 교육청의 장학관이 나타나도 어려워하는데 그보다 높은 장관, 국회의원, 교육감 등 VIP들이 대거 출동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서 장관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뜨겁게 환대했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과 구자문 부교육감도 자리를 함께했다. 안용섭 인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과 인천시 의회 관계자들 모습도 보였다. 서 장관은 몸을 한껏 낮춰 악수를 청했지만 교장과 교사들은 경직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수업 전 열린 간담회 자리는 학교 홍보와 교장, 교사에 대한 칭찬의 장이었다. 교장선생님이 “학급당 학생 수가 많다”며 교사 충원 문제를 꺼냈고, 서 장관은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학생 대표의 학교와 교장, 교사 자랑도 이어졌다. 이 학교가 신뢰를 바탕으로 무감독 시험을 치르고 있으며, ‘까치방’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교폭력과 왕따가 전혀 없다는 취지였다.
서 장관은 1학년 여학생 교실에서 수업했다. 꿈을 어떻게 찾는지가 주제였다. 수업도 잘 정돈된 교정만큼이나 흠잡을 데 없었다. 학생들은 지극히 얌전했고 “교육부 장관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등 형식적 질문만 했다. 어렸을 적 꿈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서 장관은 “돈 벌어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웃음이 터질 법도 했지만 웃음소리는 없었다.
학생들이 긴장을 푼 것은 수업이 끝나고서였다. 서 장관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공책을 펴들고 줄을 섰다. 학생들은 그제야 “연예인이 온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교직원들도 “큰일을 치렀다”는 표정으로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인천=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