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간 납치사건’ 경찰 부실수사 도마위에

입력 2013-05-08 17:53 수정 2013-05-09 01:19

세 여성을 10년간 납치 감금한 엽기적 ‘클리블랜드 사건’이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용의자 집에서 터져 나온 비명 소리를 듣거나 발가벗고 기어 다니는 여성을 봤다는 제보 전화가 잇따랐지만 경찰이 대수롭지 않게 처리한 정황이 드러났다. 용의자 아리엘 카스트로(52)의 아들조차 1년에 한두 차례 집을 찾았지만 범죄 행위를 눈치 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탈출 또한 경찰이 아닌 이웃 주민의 용기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 6일 주민 찰스 램지가 탈출하려는 아만다 베리(27)를 발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베리는 찰스의 집에서 911 응급 전화를 할 수 있었다. 경찰은 이후 카스트로와 그의 두 형제를 체포했다.

경찰은 7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신고 전화가 없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르자 이를 번복했다. 2000년, 2004년 두 차례 용의자 집을 방문했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경찰 발표와 달리 이웃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신고 전화를 했다고 증언했다. 주민 엘시 신트론(55)은 “지난해 손녀가 해당 가옥 뒷마당에서 발가벗은 한 여성이 기어 다니는 걸 보고 신고했지만 경찰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후안 페리즈는 “수년 전 그 집 지하실에서 비명소리를 들었고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루고는 “2011년 11월 수사관들이 그 가옥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자 집 주변을 한번 돌아보더니 현장을 떠났다”고 했다.

용의자 카스트로는 가정생활이 원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하이오에 거주하는 아들 앤서니(31·은행원)는 8일 데일리메일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버지 집은 언제나 잠겨 있었고 지하실과 다락, 차고는 누구도 접근해서는 안 됐다”고 밝혔다. 용의자의 가정 폭력도 심각했다. 카스트로는 1993년 뇌수술 후 회복 중인 아내를 죽도록 때리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아내와 자녀들은 1996년 집을 나왔다.

앤서니는 2주 전 한 차례 아버지 집을 방문했지만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대화를 나누다 떠났다. 당시 실종자 베리가 수차례 언론에 오르자 카스트로는 아들에게 “경찰이 실종된 베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대수롭지 않게 듣던 앤서니는 “오래전 실종됐으니 죽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사 사건을 경험한 엘리자베스 스마트(25)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행복과 안정을 찾을 수 있게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18년간 감금됐다 2009년 구출된 여성 제이시 두가드(33)는 “인간의 정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력이 강하다. 세 여성은 단지 어려움을 겪었을 뿐, 시련이 삶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