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리 고발 ‘上訪’ 막지말라”… 사정기관서 첫 공개 천명

입력 2013-05-08 17:52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가 억울한 일을 호소하기 위해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올라오는 정상적인 ‘상팡(上訪)’ 행위를 막지 말라고 밝히고 나섰다.

중국의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가 이처럼 상팡을 방해하지 말라고 밝히기는 처음이다. 이는 부패를 막고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획기적인 조치로 주목된다.

당국은 이와 함께 인터넷 사이트 초기 화면에 ‘인터넷 비리 고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1만2000여개 사이트의 용량을 늘려 동영상이나 음성 자료도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기율검사위 민원실 장사오룽(張少龍) 부주임은 7일 인민망과 중국공산당신문망이 공동으로 주최한 ‘비리 고발과 군중 권익 보호’를 위한 네티즌들과의 대화에서 “정상적인 상팡 군중을 막는 일체의 잘못된 행위를 철저히 금한다”고 밝혔다.

장 부주임은 특히 “상팡을 접수하는 곳 등 공공장소에서 당사자를 가로막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상팡을 위해 시골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사람들은 해당 지방 정부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조직에 붙잡혀 부당한 처우를 당했다. 지방 성·시는 자기 지역의 비리가 중앙에 알려져 간부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사설 감옥인 ‘흑감옥’에 갇히거나 행정 처벌을 받기도 하고 노동교화형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뒤 흑감옥을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졌지만 이날 일부 네티즌은 여전히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상팡을 막지 못하도록 한 것은 상팡 등 비리 고발 행위가 관리들의 부패를 막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감찰 기관이 지난해 입건 조사한 전체 부패 사건 중 일반 국민의 고발이 단서가 된 경우는 41.8%에 달했다. 이는 사건을 인지하게 된 각종 경로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장 부주임은 또 “감찰 기관들이 최근 들어 인터넷 비리 고발을 통해 당원 간부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고 이들을 처벌할 수 있었다”면서 “반부패 운동에 네티즌들이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중앙기율검사위 감찰부가 운영 중인 인터넷 부패 고발 센터가 2008∼2012년에 접수한 사건은 30만1000건에 달했다. 이는 기율검사위 감찰부가 같은 기간 일반 국민으로부터 접수한 전체 고발 건수의 12%에 해당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