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또 굴욕… 모스크바 공항서 30분간 발묶여

입력 2013-05-08 17:53 수정 2013-05-09 01:18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굴욕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사태 등의 해결을 위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한 케리 장관은 공항에서 30분여 동안 발이 묶여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서 마침 1945년 나치 독일에 승리한 러시아 승전 기념일(9일)을 앞두고 군사 퍼레이드 예행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리 장관은 첫 일정으로 숙소 근처 무명용사 묘지에 헌화할 계획이었지만 공항에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다. 마이클 맥폴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케리 장관에게 “지금 호텔에서 오는 길인데 탱크들로 완전히 포위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ABC방송은 “보통 미 국무장관의 차량 행렬을 위해 교통이 통제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인데 이날은 러시아 탱크와 미사일에 대적할 수 없었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러시아 현지 언론은 오히려 케리 장관이 탄 비행기가 예정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해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그가 탄 차량이 퍼레이드 예행 연습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맞춰 호텔에 도착했다고 반박했다.

그래도 이후 일정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케리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시리아 정부와 반군에 대한 대화 촉구와 함께 관련 국제회의를 이르면 이달 말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케리 장관은 앞서 지난 2일 중국 내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왕 부장이 당일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이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항의를 예상하고 의도적으로 피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케리 장관의 굴욕은 미국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취임한 이후 19개국이나 방문하며 해외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인력들은 부재 중이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국무부 고위직 59개 가운데 16개가 공석이거나 대행 체제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