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만 알던 성경말씀에 감정 이입해보니 치유·힐링… ‘비블리오드라마 아카데미’

입력 2013-05-08 17:32 수정 2013-05-08 21:12

지난 6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세미나실. 중앙에 설치된 화면에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세미나실에 있던 30여명의 성인남녀는 강사의 안내에 따라 발끝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세미나실 안을 걷기 시작했다. 강사는 “예수님이 지금 찾아가 위로할 것 같은 사람을 떠올리라”고 주문했다. 이어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를 위로하고, 쓰다듬어 주라”고 말했다. 세미나실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지난 3월 25일부터 매주 월요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치료 & 비블리오드라마 아카데미’의 한 장면이다. 이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김미림(가명·43·여)씨는 남편의 알코올중독 때문에 별거 중이라고 고백했다. 김씨는 “별거 이후 아홉 살인 둘째 딸이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으로 아파하고 무서워하고 있다”며 “예수님께서 우리 딸을 찾아가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너와 함께할 거야’라며 위로하고 계실 것 같아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년 전 쓰여진 성경 속 말씀이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 역사하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두 손을 모았다.

비블리오드라마 아카데미는 성경을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실제 삶에 적용하는 훈련이다. 성경공부에 정서·심리치료의 한 방법인 드라마치료를 접목했다고 보면 된다.



강사인 현대드라마치료센터 김세준(한동대 겸임교수) 소장은 “우리는 그동안 성경을 인지적으로 배워 왔지만, 이제는 몸과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많은 구절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을 몸과 마음으로 묵상하게 하고, 참석자 간 나눔을 통해 적용하게 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 드라크마를 잃은 여인의 비유(누가복음 15장 8절)를 소재로 역할극도 진행됐다. 잃어버린 드라크마 역할을 한 최용균(54)씨는 “주인이 날 찾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에 답답했는데, 생각해 보니 잃어버린 드라크마는 나의 아내인 것 같다”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머리로만 알던 성경말씀에 감정을 이입해 보니 생활 속에서 적용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신학생 송영화(23·여)씨는 “교리나 신학이 아니라 성경을 직접 느껴보는 경험이 매우 새롭다”며 “내 삶과 말씀이 융합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비블리오드라마 아카데미는 6월 10일까지 매주 월요일 진행되며, 중도에 참여할 수도 있다.

글·사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