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상대 압박하는 붙임수
입력 2013-05-08 17:22
제1회 루양배 한·중·일 바둑명인 페어대회가 지난달 29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에서 주최국인 중국은 이창호 9단의 동갑내기 라이벌 기사로 수차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창하오 9단과 최근 중국 여류의 기대주 왕천싱 5단을 출전시켰다. 일본에서는 현재 십단 타이틀 보유자 유키 사토시 9단과 여류본인방 도전자였던 스즈키 아유미 6단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페어로 호흡을 맞춰 우승한 최강 커플 유창혁 9단과 최근 여류명인 2연패에 성공한 최정 3단이 출전했다.
개막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대결해 194수 만에 한국이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달 1일 이어진 2차전에서는 중국이 일본을 꺾어 일본의 탈락이 확정됐다. 시종일관 치열한 전투와 패싸움으로 이어진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은 사제지간으로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유창혁 9단과 최정 3단이 선전했지만 결국 209수 만에 중국의 승리로 돌아갔다. 기보는 결승전 대국.
<장면도> 상변 마지막 남은 큰 자리를 백이 차지하며 어느 정도 모양이 결정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중반전. 흑은 어디서부터 국면을 풀어가야 할까.
<참고도> 흑은 은근슬쩍 좌상의 백돌을 노리며 상변으로 움직여보고 싶은 자리다. 하지만 단순히 흑1 날일자로 갈라쳐 가는 것은 책략 부족. 백은 2로 중앙으로 뛰어 3을 유도한 뒤 상변도 4로 늘어서는 별무신통. 또한 백은 언제든지 A의 한 점을 잡고 안정하는 수가 남아 있다.
<실전도> 실전 흑의 선택은 1로 붙여가는 수. 좌변을 노리며 상변의 응수를 묻고 있다. 백도 그냥 물러서고 싶지 않은 자리. 최강으로 버티며 6, 8로 상변의 모양을 갖췄다. 이어 흑은 다시 9로 두 점 머리에 붙이는 재미있는 수를 보여줬다. 10의 젖힘에 11로 같이 맞대응하며 백을 차단해 좌변의 백을 계속해서 노려보는 국면이다. 이후에도 복잡한 싸움이 이어지지만 흑은 두 번의 붙임수를 통해 국면을 풀어가는 재치 있는 수순을 보여주었다.
느슨한 것보다는 상대를 압박하며 흐름을 타는 것이 국면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