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눈물 젖은 빵’을 잊지 말자

입력 2013-05-08 17:35


인기 TV 드라마 ‘직장의 신’, 모 대기업 임원의 비행기 내 ‘라면 폭행 사건’, 모 제빵회사 CEO의 ‘주차요원 폭행 사건’, 모 유업회사 영업직원의 ‘욕설 협박 사건’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을의 역습’이다.

‘직장의 신’에서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 김이, ‘라면 폭행 사건’에서는 항공기 승무원이, ‘주차요원 폭행 사건’에서는 호텔 주차요원이, ‘욕설 협박 사건’에서는 유업회사 대리점 주인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갑들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태를 고발하였고, 그 결과 해당 갑들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이 시대의 변화(특히 SNS의 힘)를 읽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언행을 고집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자기 자신을 을과 동일시하는 압도적인 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현상들을 보며 대리만족과 쾌감을 맛본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는 것이다. 첫째, 큰소리치는 갑도 실제로는 누군가의 을이며, 반대로 무력해 보이는 을도 실제로는 누군가에게 큰소리치는 갑인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의 주인공들인 대기업 임원, 제빵회사 CEO, 영업직원도 사실은 자신들의 갑들에 의해 단칼에 쫓겨나는 을에 불과하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구조는 피라미드 형태의 먹이사슬이라기보다, 끝없이 ‘물고 물리는’ 도넛 형태의 먹이사슬이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에 기반한 SNS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더욱 뚜렷해졌다. 둘째, 현재 큰소리치는 갑도 언젠가는 퇴장하게 되고, 현재 숨죽이고 사는 을도 언젠가는 갑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달리 말하자면, 현재 온갖 ‘진상’을 부리는 갑도 과거에는 남모르게 피눈물을 흘리던 을이었다.

이렇게 보면, 이 세상은 ‘을 vs. 을’의 무한투쟁이다.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가 바로 지난 30일 국회에서 통과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촉발한 20대와 30대 이상 구직자들 사이의 갈등이다. 우리나라의 법률상 청년은 15∼29세를 뜻하는데, 기업들이 새로 제정된 특별법에 의해 20대 청년들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다 보면, 30대 이상의 구직자들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 현재 우리사회의 대표적 ‘을’인 20대와 30대가 한정적인 일자리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게 된 셈이다.

결국 우리사회가 ‘을끼리의 무한투쟁’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황금률인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는 오늘 나의 갑으로부터 받은 수모를 나의 을에게 (때로는 더욱 가혹한 방법으로) 쏟아놓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갑의 위치에 올랐을 때, 나의 후임자가 될 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이것을 고민하지 않는 을은 언젠가 현재의 갑보다도 더욱 몰상식하고 잔인한 갑이 되고 말 것이다. 자신의 ‘눈물 젖은 빵’의 의미를 잊지 않는 갑이 되자.

<꿈의교회>

김학중 목사의 Facebook: facebook.com/dreamhak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