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공습… 한국영화 “기죽어”

입력 2013-05-08 17:28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공습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지난달 25일 개봉한 ‘아이언맨 3’가 6일 6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연일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매출액 점유율이 70% 이상으로 흥행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아이언맨 3’ 이후에도 할리우드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최초 개봉으로 승부수=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 3’ ‘화이트 하우스 다운’ ‘애프터 어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3편 모두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점이다. 주연 배우나 감독이 한국을 찾아 적극적으로 영화 홍보에 나선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아이언맨 3’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지난달 개봉에 앞서 내한해 홍보 활동을 벌였다.

‘아이언맨 3’가 막을 내릴 즈음이면 재난 블록버스터 ‘화이트 하우스 다운’과 ‘애프터 어스’가 바통을 잇는다. 27일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독일 출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는 등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와 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7년 만에 호흡을 맞춘 ‘애프터 어스’는 미국(31일)보다 하루 앞서 국내 개봉한다. 당초 다음 달 6일 전 세계 동시 개봉 예정이었으나 개봉을 한 주 앞당기면서 국내 첫 개봉을 하게 됐다. 지난해 영화 ‘맨 인 블랙 3’를 들고 내한했던 윌 스미스는 아들과 함께 7일 한국을 찾았다.

할리우드 대작의 국내 최초 개봉은 목요일 개봉이 관행인 우리나라와 주로 주말에 개봉하는 미국의 시차에 따른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영화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기 시리즈물의 신작들도 대기=‘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인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30일 개봉한다. 미국의 유명 영화·TV시리즈 제작자이자 감독인 J.J.에이브럼스가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제작자 브라이언 버크가 제작을 담당했다. 제작진은 ‘미션 임파서블’을 능가하는 아이맥스와 ‘아바타’의 경지를 넘은 3D를 공언한 상태다.

여기에다 6월 개봉 예정인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과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도 확고한 팬층을 보유한 인기 시리즈물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줄줄이 개봉을 미루는 한국영화=지난해 여름부터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등 관객 1000만 영화 3편을 배출하며 잘 나가던 한국영화 열풍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3월부터 이어진 침체는 가히 ‘보릿고개’라 할 만하다. 할리우드 공습이 거세게 불어 닥치면서 몇몇 영화는 개봉을 아예 미루는 지경이다. 올해 신작 가운데 2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신세계’(468만)가 유일하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은 ‘전설의 주먹’도 초반 흥행몰이를 하지 못하고 한 달간 165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전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아이언맨 3’가 점령하면서 지난 1일 개봉한 ‘전국노래자랑’은 상영관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국내 영화업계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5월 개봉 예정이던 하지원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는 하반기로 미뤘고, 6월 개봉을 고려하던 최승현(빅뱅 탑) 주연의 ‘동창생’과 김성수 감독의 ‘감기’ 역시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기대작은 6월 개봉하는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정도다. 한국영화의 고전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가 개봉하는 7∼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