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식구의 껄끄러운 동거 유쾌한 가족애 ‘고령화 가족’
입력 2013-05-08 17:28
69세 엄마(윤여정)는 삼남매를 키웠지만 자식농사에 실패했다. 44세 큰아들 한모(윤제문)는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하다가 엄마 집에 빈대 붙어 사는 백수. 자식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40세 인모(박해일)는 흥행에 참패한 영화감독. ‘확 죽어버릴까’ 하던 순간, 밥 한 끼 먹으러 오라는 전화 한 통에 엄마 집에 눌러 앉는다. 설상가상, 35세 미연(공효진)은 두 번째 이혼 후 성격 되바라진 15세 딸 민경(진지희)을 데리고 엄마 집을 찾아온다.
영화 ‘고령화가족’은 이렇게 모인 다섯 식구의 껄끄러운 동거로 시작된다. 평균 연령 47세. 하지만 나잇값 못하는 콩가루 집안이다. 형제는 안부 인사 대신 보자마자 치고받고 싸우고, 조카는 삼촌에게 “아저씨 내 이름 알아요?”라며 대놓고 무시한다. 여동생은 큰오빠의 머리를 벽돌로 내리친다. 욕설은 기본이고 폭력은 다반사. 이들 가족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싸운다.
곳곳에 ‘막장 코드’가 만연하지만 영화가 막장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자식들에게 매일 고기를 구워주며 애정으로 감싸주는 엄마의 존재 덕분이다. 엄마는 그저 담벼락의 꽃을 바라보며 “꽃이 예쁘게 폈지? 엄마처럼 말이야”라고 따뜻하고 환하게 웃어준다.
작가 천명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다가도 가족 중 누군가 위기가 닥치면 서로 뭉쳐서 싸울 것이다. 그러면서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것이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만큼이나 각각의 극 중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한동안 떨어져 살던 이들이 영화 초반 다시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되는 과정도 유쾌하다. 하지만 초반의 개성 넘치는 유쾌함을 영화 후반부까지 끌고 가는 힘은 부족하다.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에서 오히려 영화가 늘어지는 느낌이다. ‘파이란’ ‘역도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9일 개봉. 15세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