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통한 안전성이 의약품 가치 결정”

입력 2013-05-08 17:42


한국생약학회 학술대회 참가한 이름가르트 獨 프라이부르크대 교수

“유럽의 각국 정부는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고, 각 제약기업들은 과학적인 기준 하에 천연물의약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복용해도 된다.”

지난 2일 한국생약학회 초청으로 국내 학술대회에 참가한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제약생물학과 이름가르트 메르포트(Imgard Merfort·사진) 교수와 생약학회 김영식 회장(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 교수)을 만나 유럽의 ‘천연물의약품(파이토메디신, Phytomedicine)’ 개발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아르니카(국화과 식물)와 자작나무’ 등 유럽에서의 천연물의약품 성공사례를 소개한 이름가르트 교수는 “유럽의 천연물의약품 분야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환자 치료를 위해 중요한 분야로 인식돼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도 기존 합성의약품과 달리 식물이나 천연물 원료에서 개발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독성시험과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 의약품 허가과정은 기존과 동일하다.

이름가르트 교수는 유럽지역에서 천연물의약품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연구자들에 의해 천연물의약품의 표준화와 과학화가 꾸준히 이뤄져 효능과 안전성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래된 유럽의 항염증제 개발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고, 각국 정부는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름가르트 교수에 따르면 독일도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에 기반해 천연물의약품 개발과 허가, 시판, 환자복용 등의 과정이 이뤄진다. 또한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성을 고려해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허가와 가격 책정 등이 시행된다.

“무엇보다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의약품인가가 해당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유럽도 천연물의약품 외에 생약, 전통약물,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제품군이 있지만 천연물의약품의 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한다.” 이름가르트 교수는 최근 유럽의 천연물의약품 분야에 제약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면서, 지난 2011년 기준 유럽지역 파이토메디신 시장규모는 약 7조1000억원 정도로 꾸준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식 회장도 “우리나라 천연물신약 개발수준은 매우 높다. 그동안 정부와 제약업계, 연구자들이 함께 노력해 꾸준히 제품화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고, 전통 한의학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천연물의약품을 고부가가치의 산업분야로 육성하기 위해 세계화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천연물신약의 세계화는 천연물의약품의 과학화와 표준화, 품질관리 등에 기반 해야 하고, 정부와 제약업계, 연구자들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