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매년 100만원 든 저금통 전달하는 익명의 독지가

입력 2013-05-07 20:43 수정 2013-05-07 22:34


‘누가 욕쟁이 할매에게 빨간 돼지저금통을 놓고 갔는가?’

30년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원도 양양 ‘욕쟁이 할매’ 서정순(82) 할머니에게 1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저금통을 전달하는 독지가가 있어 화제다. 특히 이 할머니는 저금통의 돈을 독거노인을 위해 모두 사용해 주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7일 서 할머니에 따르면 양양 강현면 자신의 집 앞에 지난 4일 오후 2시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녀 3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매년 5월마다 저금통을 놓고 가는 독지가라는 직감이 든 서 할머니는 “커피나 한 잔 하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들이 남긴 종이상자에는 ‘건강하시고 좋은 일에 쓰세요’라는 편지와 함께 100만원이 든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서 할머니는 이 돈으로 두부, 순두부, 콩나물, 도토리묵을 구입해 밑반찬을 만들어서 이날 양양지역 독거노인 100여명에게 전달했다.

서 할머니는 “1999년부터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100만원이 든 저금통을 집 앞에 몰래 놓고 가고 있다”면서 “‘날개 없는 천사들’ 때문에 봉사활동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보내 온 저금통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고 감사해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