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실명 골퍼 정상 샷 가능할까
입력 2013-05-07 19:23 수정 2013-05-07 22:31
‘몸이 백 냥이면 눈은 구십 냥’이란 말이 있다. 프로골퍼에겐 눈은 생명과 같다. 특히 양쪽 시력이 합쳐지는 ‘입체시(視)’가 불가능하다면 골퍼에겐 절망적이다. 6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정상을 밟은 데릭 언스트(23·미국)가 오른쪽 눈을 실명한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동을 일으켰다. 그럼 한쪽 눈만으로도 골프를 치는데 지장이 없을까.
상식적으로 두 눈으로 보는 양안시는 사물의 입체감, 원근감을 관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쪽 눈만으로 볼을 칠 때 골퍼는 볼과 클럽헤드 사이의 적정 거리감을 찾는데 애로가 있다. 또한 그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결정적인 약점을 보일 수 있다. 정상인들도 한쪽 눈으로 어떤 동작을 해볼라치면 거리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체는 신비로워 한쪽 눈만으로 오랜 생활을 할 경우 경험에 의해 일상생활을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일산 해오름 안과 서원선 원장은 “한쪽 눈을 실명한 사람일지라도 사물의 크기, 스피드, 명암 등을 잘 살펴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지나면 정상인과 다름없는 원근감,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언스트는 10세 무렵 톱으로 PVC 파이프를 자르다가 조각이 튀면서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따라서 13년 가량 한쪽 눈으로 생활해왔기 때문에 실제 경기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서원장은 말한다.
하지만 실명한지 얼마되지 않은 40대 아마추어 골퍼는 플레이에 약간의 지장을 받는다고 한다. 3년 전 한 골프장에서 두 번째 샷을 하던 한 로우핸디캐퍼는 볼이 OB 말뚝을 맞고 튀어나와 오른쪽 눈을 맞혔다. 4번의 수술에도 결국 실명했던 그였지만 골프열정마저 잠재울 수는 없었다. 1년 뒤 사고 난 골프장을 다시 찾은 그는 동반자에게 사고 당시를 설명하는 강심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습에 매진한 결과 사고 이전과 비교해 거의 비슷한 핸디캡을 유지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벙커 샷만큼은 정복하지 못했다. 벙커샷은 규칙상 클럽을 바닥에 놓지 못하기 때문에 볼과의 거리조절이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동반자들에게 클럽을 모래바닥에 놓을 수 있게끔 미리 양해를 구한다고 한다.
극도로 예민한 퍼팅의 경우 일부러 두 눈을 감고하는 선수도 있다. 세계랭킹 3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퍼팅 순간에 눈 감으면 안정된다”며 두 눈을 감은 채 퍼팅을 해 지난달 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